北, 핵실험 전날 ICBM급 엔진 실험했다… 추가도발 가능성 커져

입력 2013-02-17 18:05

북한이 3차 핵실험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의 엔진 성능개량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도발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7일 “북한이 지난 11일 낮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발사장(서해위성발사장)에서 KN-08로 추정되는 미사일의 엔진 성능개량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KN-08 미사일 사거리를 ICBM급(1만㎞)으로 늘리기 위해 엔진 실험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N-08 사거리는 북한이 실전배치한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3000∼4000㎞)보다 긴 5000㎞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데이터는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북한이 미국 위성 감시망에 노출되는 시간대에 엔진 실험을 실시한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사일을 쏘겠다고 위협해 핵실험에 대한 제재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 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올 경우 북한이 이에 반발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KN-08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N-08은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처음 공개됐지만 실험 발사된 적은 없다. 지름 2m, 길이 18m로 TEL에 탑재돼 모습을 드러냈다. TEL은 첩보위성이나 레이더 탐지 사각지역에 숨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은 15일(현지시간) 이 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문답자료를 통해 “3차 핵실험 위력은 2차 핵실험(2∼7㏏)의 두 배 정도로, 핵실험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헤커 박사가 추정하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위력은 4∼14㏏으로 국방부 추정치(6∼7㏏)보다 훨씬 높다. 그는 “이번 실험에서는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면서도 “미국 본토를 위협하려면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 하원은 이날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412대 2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이번 핵실험이 유엔 안보리 결의 1695호, 1718호, 1874호, 2087호를 모두 위반했다고 지적한 뒤 동북아 평화 유지의 핵심인 한국·일본과의 동맹관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