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진국 함정 경계하려면 먼저 성장을 말하라
입력 2013-02-17 17:40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1.6% 포인트 줄어든 2.0%였다. 2002∼2007년 연평균 4.8%의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8년 2.3%, 2009년 0.3%로 추락했고 이어 2010년에는 6.2%로 피크를 보인 후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기묘한 것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성장률 관련 공약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성장 문제가 국가경영의 주요 이슈에서 멀어지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마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저성장·고실업의 기조를 속수무책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차기 정부의 대선 공약이 복지확대에 있음을 감안할 때 경제성장을 통한 지출능력 확충은 더욱 중요한 주제로 부각돼야 마땅할 텐데 정작 성장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때마침 현대경제연구원은 17일 우리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즉 ‘한국경제의 중진국 함정 탈출 전략’ 보고서는 최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내수 부진과 위기의 반복으로 저성장이 계속된다면 선진국 진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인구 1000만명 이상으로 1인당 GDP가 4만 달러에 이르는 데 성공한 9개 선진국으로부터 7가지 공통점을 뽑았다. 즉 실질성장률의 지속적인 상승, 재정건전성 양호, 경상수지 균형, 서비스업 비중 증가, 고용률 70% 이상, 합계출산율 1.7 이상, 투명성지수(TI) 8.0 이상 등이다. 경상수지와 재정건전성의 두 가지를 제외하면 현재 우리나라 수준은 대부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서비스업 효율화를 통한 부가가치 향상, 고용률 70% 달성 등은 차기 정부도 거론하고는 있으나 좀더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할 때다. 지난해 겨우 1.3에 불과한 합계출산율이나 5점대에 머물러 있는 TI는 단기간에 높은 수준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 성장률 제고를 비롯해 저출산 해소, 투명사회 구축, 여성의 경제활동 확산을 통한 고용률 증가, 서비스산업 업그레이드 등이 우리나라 경제사회정책의 최우선 현안으로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차기 정부가 공약 실행 차원에서 각별히 강조하고 있는 복지확대는 그동안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성장에 초점을 둬 왔고 복지를 소홀하게 다뤄 왔다는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시급하고도 당연한 목표다. 다만 성장과 복지는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같은 수레의 양쪽에 달린 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한다. 복지확대가 시대적 과제라면 더더욱 성장을 빼놓고는 거론하기 어렵다. 성장을 다시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로 불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