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진핑, 중국 네티즌의 反北 여론 수용해야

입력 2013-02-17 17:39

‘김정은 뚱뚱이가 위세를 과시하니 동북3성이 놀라 겁에 질렸네… 무뢰한이 평양성에서 포효하는데 베이징 형님(중국 지도부)은 위로만 하려 하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 ‘北漢喪歌(북한상가)’ 노랫말 중 일부다.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북한장송곡’ 또는 ‘북한의 슬픈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동영상에는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 모습과 함께 김정은이 해적이나 일본 스모 선수로 분장한 채 “나는 좋은 지도자”라고 말해 분노를 유도하는 장면도 나온다. 망나니짓을 일삼는 북한, 그리고 무조건 북한을 감싸는 중국 지도부를 함께 성토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북핵 반대와 북한에 대한 원조 중단을 촉구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북한 김정은을 지지하는 글도 없지 않지만 북한 도발에 반감을 표출한 경우가 압도적이다. 김정은을 ‘미친 개’ ‘가장 악질적이고 무자비한 악당’이라고 비난한 글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헤이룽장성 대표는 북한을 ‘뻔뻔스러운 양아치’라고 비난했다. 중국의 한 포털사이트의 여론조사에서는 네티즌의 70%가 북한의 핵보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듯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북(反北)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북한에 ‘큰 벌’을 주면 안 된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논의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반도의 안정이 크게 위협받고 있음에도 ‘안정된 한반도’라는 목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시진핑 총서기는 김정은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국 내 네티즌들로부터 몰매를 맞을 수 있다. 네티즌들의 반북 여론이 중국 곳곳에 설치돼 있는 북한 대사관이나 영사관 앞에서의 항의 시위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