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도 “절망·기아에서 살리자” 쌈짓돈 털어 헌금

입력 2013-02-17 20:28


국민일보·국제사랑재단 ‘북한결식어린이 한 생명 살리기’ 동참예배

17일 서울역 광장 신생교회(김원일 목사) 사순절 첫째 주 주일예배. 국제사랑재단(대표회장 김영진 장로)과 국민일보가 공동으로 전개 중인 ‘북한결식어린이 한 생명 살리기’ 동참예배에 참석한 노숙인 300여명은 북한 어린이들의 딱한 처지를 전해 듣고 주머닛돈을 털었다.

어려운 처지의 노숙인들이 낸 헌금함에는 10원, 100원짜리 동전과 함께 1000원짜리 지폐가 꽤 들어 있었다. 평소 200∼500원을 얻기 위해 1∼2시간을 걷는 노숙인들이 1000원을 헌금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배 후 점심식사를 하는 중에도 몇몇 노숙인이 추가로 헌금을 하기도 했다. 이날 모인 헌금은 모두 60만810원. 평소 15만∼20만 원의 헌금이 걷힌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걷힌 셈이다. 이들의 헌금 봉투에는 노숙인의 회개와 각오가 적혀 있었다.

“가진 재물은 없지만 어려운 북한 어린이를 도와야죠.” “사랑을 베풀 줄 모르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을 살아온 저를 용서해 주세요.” “하나님 아버지, 다시는 술 먹지 않겠습니다” 등등.

두툼한 옷을 잔뜩 껴입은 한 노숙인은 “비록 거리에서 잠을 청하지만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우리들이 북한결식 어린이를 위해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감사드린다”고 간증했다. 신생교회는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인과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로 이번 헌금은 폐지나 공병 등을 주워 생계를 잇는 노숙인들이 모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날 예배를 인도한 고세진(전 아시아연합신학대 총장) 목사는 “북한이 최근 핵실험을 강행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더욱 어려워져 그 어느 때보다 북한 어린이들이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며 “절망과 기아에서 살릴 수 있도록 사랑의 손길을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국제사랑재단과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는 업무협약식을 갖고 전국 직장단위로 ‘북한결식 어린이 돕기 운동’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한편 서울 청량리역과 광진구 어린이공원, 서울역 광장 등에서 13년간 노숙인 치유를 위해 헌신해 온 신생교회 김원일 목사가 지난 11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국제사랑재단 김기택 상임이사는 “평생을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 온 김 목사가 반드시 병상서 일어나 노숙인 사역을 계속하리라 믿는다”며 한국교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