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아카데미 시상식… ‘링컨’ ‘제로 다크 서티’ 작품상 어느 품에 안길까
입력 2013-02-17 17:07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씨어터(옛 코닥극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시상식은 100여개 국가에 생중계되며, 국내에선 채널CGV가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부터 독점 생중계한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9편 모두 국내에서 최근 개봉했거나 곧 개봉할 예정이라 한국 관객에게도 수상 결과는 관심거리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이 12개 부문,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가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와 있다. 작품상 후보작과 남녀 주연상 후보를 중심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미리 살펴본다.
# 작품상 ‘제로 다크 서티’와 ‘링컨’의 경합
감독 캐스린 비글로의 ‘제로 다크 서티’,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 이안의 ‘라이프 오브 파이’, 벤 애플랙의 ‘아르고’,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 데이비드 O 러셀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 벤 제틀린의 ‘비스트’,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 등 9편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이 중 가장 강력한 후보는 아카데미상 최다 후보에 오른 ‘링컨’과 3년 전 ‘허트 로커’로 오스카를 강타했던 비글로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 평단의 반응은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 검거작전을 다룬 ‘제로 다크 서티’가 앞서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역사 드라마를 선호해온 아카데미가 ‘링컨’에게 오스카를 안겨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최근 미국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은 ‘아르고’는 1970년 이란에서 있었던 미 중앙정보국(CIA)의 인질 구출작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아카데미까지 노리고 있다.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라이프 오브 파이’도 올해 오스카의 위협적인 존재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무르’는 작품상 외에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아내의 외도와 남편의 죽음으로 ‘멘붕’ 상태에 빠진 남녀가 서서히 멘탈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따스한 감동이 전해진다. 작품상을 비롯해 남녀주연·조연 등 모든 연기상 후보에 올라 관심을 끈다.
후보작 중 ‘제로 다크 서티’는 3월 7일, ‘링컨’은 3월 13일,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3월 21일 국내 개봉한다. 마땅히 올라야 할 작품 중 안 보여 아쉬운 것도 있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더 마스터’와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이 여기에 꼽힌다. 두 영화는 평단의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아카데미가 상업영화에 더 점수를 준 것도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나 샘 멘디스 감독의 ‘007 스카이폴’이 빠진 것이 그 증거다. ‘다크 나이트’는 작품상은커녕 한 부문에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 남녀 주연상 유력 후보들
가장 유력한 연기상 후보는 남우주연상에 대니얼 데이루이스. ‘링컨’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역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평을 받은 그의 수상이 확실해 보인다. ‘나의 왼발’(1989)과 ‘데어 월 비 블러드’(2007)로 이미 두 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간 그가 이변이 없는 한 세 번째 영광을 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맞설 후보로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브래들리 쿠퍼와 ‘더 마스터’의 호아킨 피닉스. 쿠퍼는 이 작품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했다는 평이다. 피닉스는 예전에 ‘글래디에이터’(2000)로 남우조연상, ‘앙코르’(2006)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두 번 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로는 ‘제로 다크 서티’의 제시카 채스테인과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런스로 압축되는 분위기. 두 배우 모두 오스카의 전초전인 골든글로브에서 각각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 부분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상황이라 누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 힘들다.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헬프’(2012)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채스테인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연기 폭이 넓고 앙상블 연기에 뛰어나다. 과거 ‘윈터스 본’(2010)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로런스는 23세의 나이에 비해 깊이 있는 연기력이 인상적이다.
눈길을 끄는 여우주연상 후보는 ‘아무르’의 엠마누엘 리바(86)와 ‘비스트’의 쿠벤자네 왈리스(9).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무려 77세. 왈리스는 역대 시상식 사상 최연소 후보에 올랐다.
# 남녀 조연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은 한 번 이상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베테랑들의 전쟁이다. ‘더 마스터’의 필립 시모어 호프만은 ‘카포티’(2005)로, ‘링컨’의 토미 리 존스는 ‘도망자’(1993)로 각각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을 수상했다. 로버트 드니로 역시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그의 7번째 오스카 노미네이션이자 ‘케이프 피어’(1991) 이후 20여년 만에 오스카 후보에 오르게 한 작품이다. 누가 받을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반면 여우조연상은 ‘레미제라블’의 앤 해서웨이가 확실해 보인다. 그는 ‘레이첼 결혼하다’(2008)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골든글로브에 이어 배우협회시상식까지 휩쓴 해서웨이는 오스카도 노리고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배우는 ‘링컨’에서 영부인으로 등장한 연기 경력 50년의 샐리 필드 정도다.
감독상은 안갯속이다.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수상했던 ‘아르고’의 애플렉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여기에 유력 작품상 후보인 ‘제로 다크 서티’의 비글로도 빠졌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더 마스터’의 앤더슨도 없다.
쟁쟁한 감독들이 감독상 후보에서 탈락한 가운데, ‘아무르’의 하네케, ‘링컨’의 스필버그,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안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만약 하네케가 수상한다면 ‘아티스트’의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에 이어 2년 연속 유럽 감독이 트로피를 받게 된다. 스필버그가 가져가면 ‘쉰들러리스트’(1994)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에 이어 세 번째, 이안이 받으면 ‘브로크백 마운틴’(2006)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