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大選, 사상 첫 ‘순수경기인 출신·性’ 맞대결
입력 2013-02-17 16:46
‘스포츠 대통령’을 뽑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의 수장인 체육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KOC) 사령탑이기도 하다. 역대 대한체육회장 가운데는 정치권의 실세를 비롯, 경제계·관계의 실력자들이 수두룩했다. 이번 선거에는 역대 회장 선거 가운데 처음으로 순수 경기인 출신 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성 대통령이 당선된 시대변화를 반영하듯 여성 후보도 처음 나왔다.
◇대한체육회장 자리는=국민체육진흥법상 명시된 특수법인인 대한체육회는 아마추어 스포츠를 육성하고 경기단체를 지도·감독한다. 산하에 55개의 정가맹단체와 17개 시도지부, 17개 해외지부를 거느리고 있는 대한체육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체육관련 단체다. 또 IOC를 비롯,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등 국제체육기구와 독점적 교섭권을 갖는 유일한 기구다. 이 조직을 이끄는 대한체육회장은 이렇듯 국내 스포츠기구와 스포츠인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다. 무보수 명예직인 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계올림픽이 끝나는 이듬해 2월 임기가 만료되며, 차기 회장은 그 다음 올림픽까지 체육회를 꾸려간다.
IOC 헌장에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정치·법·종교·경제적 압력을 비롯한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형식적으로는 독립성이 보장된 자리다. 하지만 체육회 인건비와 대표선수 훈련비 등의 명목으로 정부예산 의존도가 커지면서 정부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또 동·하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등 종합국제대회의 성적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국제무대에서 한국스포츠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일이 빈번하면서 스포츠외교 능력이 체육회장의 중요한 자질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차기 체육회장 불출마를 선언한 박용성 현 회장의 최근 행보에서 보듯 태권도 핵심종목 잔류와 ‘독도 세리머니’ 박종우 등의 문제로 국내행사보다 국제행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자리가 됐다.
◇첫 경기인 출신 맞대결+첫 성(性)대결=오는 22일 열리는 제 38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김정행(70) 용인대 총장과 이에리사(59) 새누리당 의원의 맞대결로 치러진다. 앞선 두 번의 회장 선거(2002년·2008년)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 총장은 1967년 도쿄 유니버시아드에서 유도 은메달을 딴 경기인 출신이다. 유도대(현 용인대)를 나온 그는 대한유도회장, 2008 베이징올림픽 선수단장을 지냈다.
이 의원은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정현숙 등과 호흡을 맞춰 정부수립 후 첫 구기 종목 세계 정상의 주인공이 됐다. 1984년 LA올림픽 여자탁구 대표팀 코치,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을 여성으로선 처음 맡았다. 용인대 교수로 재직하던 이 의원은 김 총장의 추천으로 2005년 여성 첫 태릉선수촌장에 임명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선수들을 뒷바라지했다. 이번 회장 선거는 최초의 성 대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임명직인 체육회 부회장에 오른 여성 인사는 꽤 있었으나 선출직인 회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 의원이 최초다.
두 후보의 대결은 같은 대학 총장과 교수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김 총장과 이 의원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각각 선수단장과 선수단 총감독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체육계 내 중량감에서는 김 총장, 여권 프리미엄에서는 이 의원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 총장은 지난번 선거에서 박용성 현 회장을 당선시킨 킹메이커로, 체육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역대 체육회장 선거가 권부와의 교감 속에 치러졌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 출신 경기단체장이 8명에 달하는 것은 이 의원에겐 호재다. 하지만 김 총장 역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한 만큼 이에 따르는 불이익은 없을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대의원의 수는 58명(가맹단체 회장 55명, 이건희·문대성 IOC 위원, 이에리사 선수위원장). 이 위원장은 본인이 선거에 출마해 투표권이 없고 이건희 IOC 위원도 불참이 확실하다. 아직 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스키와 복싱은 투표권이 없다. 따라서 실제 투표자는 54명이 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인 28표 이상이 나오지 않으면 2차 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된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