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마이스터고 출신 ‘마이스터 고향’ 독일기업 KHS 취업 “기술자 우대·교육… 獨사회에 반해”
입력 2013-02-15 19:32
광주자동화설비마이스터고를 지난 14일 졸업한 문진선(19)·서영선(19)군은 다음 달 초 독일행 비행기를 탄다.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세계적 자동화설비회사 KHS에 취직이 됐기 때문이다. 인턴이나 임시직이 아니라 어엿한 정규직 사원이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이 졸업하자마자 독일에서 근무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문·서군은 정식 취업에 앞서 지난해 8∼11월 3개월간 KHS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둘은 기술자를 우대하는 분위기와 독일 기업의 철두철미한 일처리가 마음에 들었다. 문군은 1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곳에서는 기술자들이 작업복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녀 충격이었다”며 독일 취업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군은 “우리는 실습 장비로 조립만 하는데 그곳에서는 줄질, 톱질부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대충 넘어가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KHS는 인턴 기간 둘이 보여준 잠재력을 높이 샀다. 광주자동화설비마이스터고 김윤식 교사는 “다른 나라의 대학을 나온 인재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KHS에서 졸업 전에 둘을 데려가고 싶다며 학교에 협조를 요청해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KHS는 2011년 매출이 9억1700만 유로(약 1조 3000억원)이고, 직원 수가 약 5000명인 기업이다. 주류와 음료수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만드는 회사다.
KHS는 둘의 인턴 기간 숙소와 점심식사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두 살이 더 많은 멘토 두 명을 붙여줬다. 필요한 인재를 책임지고 키우는 전형적 독일 기업의 모습이다. 형 같은 멘토들은 두 사람이 현지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문군은 “KHS가 나중에 독일어와 영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전문 기술자를 아시아에 파견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군은 면접시험만 치르면 국내 한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지만 독일행을 택했다.
두 사람은 다음 달 입사 뒤 2개월간 집중적으로 독일어 교육을 받고, 그 뒤에는 현장 근무와 자격증 준비를 함께 할 예정이다. 독일에서 이 분야 기술직으로 일하려면 ‘게젤레’로 불리는 직업 자격이 필요하다. KHS는 둘에게 월급을 주면서 이런 준비를 함께 시켜준다.
문·서군이 독일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 계기는 학교가 추진한 국제교류프로그램이다. 광주자동화설비마이스터고는 2011년부터 독일 이절론 시(市)의 한 직업학교와 학생·교사를 교환해 프로젝트 실습, 산업체 방문을 해오고 있다. 2011년 방문 때 KHS가 마이스터고 학생의 인턴십을 제안했다.
둘의 꿈은 진짜 마이스터(명장)다. 서군은 “명색이 마이스터고를 다녔는데 남들처럼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독일에 가서 진짜 마이스터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군은 “독일에서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한 뒤 자동화설비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