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판매량을 보면 경기가 보인다는데… 졸업·입학시즌 맞았지만 꽃집 썰렁

입력 2013-02-15 19:32


10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연중 최대 대목인 졸업·입학 시즌을 맞았지만 별로 신이 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꽃다발 만들기에 정신이 없을 때이지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손님 발걸음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식장 주변에선 막대사탕으로 만든 꽃다발이, 중·고등학교에선 조화나 종이비누로 만든 꽃다발이 싼 가격 덕분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학교는 졸업식에서 꽃다발을 주고받는 대신 졸업생 명의로 불우이웃에 쌀을 기증하는 행사를 펼치기도 한다.

꽃은 경기에 민감하다. 꽃 소비를 보면 경기 흐름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돼 꽃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체재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화훼농가의 주름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1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화훼류 소비액이 1만5482원에 그쳤다고 15일 밝혔다. 화훼류 소비가 최고점이었던 2005년(2만870원)의 74.1%까지 주저앉은 금액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농산물과 달리 화훼류는 최소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탓에 경기 변동이 소비에 직결된다”고 말했다. 곡물, 채소, 과일 등은 살기 위해 먹어야 하지만 꽃은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에 그대로 타격을 입는다는 설명이다.

1980년 531원에 그쳤던 연간 1인당 화훼류 소비액은 경제 성장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 94년 1만1170원을 기록해 처음 1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97년 말 외환위기로 찬바람이 불면서 98년 소비금액은 전년 대비 1.2% 하락했다.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던 화훼류 소비액은 2005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 분명하다는 게 화훼 분야 종사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