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高 졸업생들 온라인서 교복 장사… 용돈 벌이위해 판매 열 올려
입력 2013-02-15 19:03
입학 시즌을 앞두고 온라인 시장 등을 통한 교복 직거래가 확산되고 있다. 지자체와 일선 학교가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은 ‘거래’를 선호하는 셈이다.
15일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시장인 A사이트 ‘학생교복’ 메뉴에는 교복을 판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해당 메뉴에는 시간당 10여개 이상의 게시물이 새로 등록돼 성황을 이뤘다. 전날에는 192개 게시물이 올라왔고 그 가운데 교복을 ’팔고 싶다’며 게시한 글은 180개(93.7%)로 ‘사고 싶다’는 게시물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고교 졸업식이 끝나면서 교복 판매 열기가 높아진 것이다.
게시물은 ‘서울 **고 교복 팝니다’, ‘부천 **여중 하의 팝니다’ 등의 제목과 함께 교복의 크기와 수량, 가격과 연락처 등이 담겨 있다. 가격은 동·하복(체육복 포함) 풀세트의 경우 7만∼15만원선. 조끼나 셔츠, 바지, 치마 등 단품은 5000원부터 5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주로 전학으로 새 교복을 구입했거나 교복이 여러 벌이어서 얼마 입지 않았다는 게 판매 이유였다. 하지만 하루에 수백개 판매 게시글이 올라와도 정작 관심을 보이는 댓글은 10여개에 불과했다. 김모(16)양은 “친구들이 중고 사이트에 교복을 팔려고 내놨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기부했다”며 “관리를 잘 한 교복이라면 차라리 기부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선후배 사이에 교복을 직거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서울 잠실의 A중학교를 졸업한 최모(16)군은 “지난 겨울방학 때 후배에게 바지를 팔았다”며 “학교가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하는 것을 알았지만 얼마 입지 않은 옷을 공짜로 주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군은 바지를 1만5000원에 팔아 군것질을 하고 PC방을 이용했다.
고려대 권대봉(교육학) 교수는 “인터넷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교복을 파는 행위는 문화적 다양성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청소년 시절부터 이웃을 고려하지 않고 이익만 챙기려는 행위는 다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