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말리 북부에 이슬람국가 추진 사실” AP통신 내부문서 입수
입력 2013-02-15 19:14
아프리카 말리의 절반을 점령했던 ‘북아프리카 알카에다(AQIM)’가 독자적인 국가 설립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내부 문서로 확인됐다. 또 아랍 혁명의 영향으로 알카에다도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AQIM은 알카에다 내의 가장 강력한 군사조직이다.
문서가 발견된 곳은 지난달 프랑스의 군사 개입으로 AQIM 소속 반군이 퇴각한 고대도시 팀북투였다. 반군이 황급히 철수하면서 이들이 사령부로 사용했던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별장에 문서를 미쳐 다 파기하지 못하고 일부를 남겨뒀다. 이 중 AP통신은 AQIM의 수장인 압델말렉 드룩델이 서명한 비밀문서 9쪽을 현장에서 입수했다. 드룩델은 알카에다 내부의 강경파를 비판하며 자신들의 국가 설립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아마도 분명히 (외부의) 군사 개입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우리는 후방 기지로 철수하게 되든지, 아니면 사람들이 우리에게 대항해 일어날 것이다. 이런 중요한 사항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안정적으로 이슬람 국가를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성급하게 단정해선 안 된다.”
이런 언급은 아랍의 봄으로 이슬람 지역에서 오랜 독재정권이 차례로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알카에다가 폭력보다 민중의 힘이 더 강력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드룩델은 “이슬람 전사들은 더 이상 사회와 고립되어선 안 된다”며 “우리가 긍정적인 인식을 심는다면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좋은 씨를 남겨 결국 싹을 틔우고 나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카에다 산하 조직 중 AQIM 외에도 안사르딘, 서아프리카 통일 지하드(MUJAO) 등이 말리 반군에 참여했다. 현지 투아레그 부족의 무장 세력과도 손잡았다. 드룩델은 알카에다가 말리 북부 점령 뒤 투아레그 세력을 추출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반성했다. “(투아레그족과) 협상이 이뤄지기 직전에 그들과 전쟁을 벌인 것은 최대의 실수였다. (국가를 설립하려는) 우리의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평화협상에 착수해 문제를 시정할 것을 요구한다.”
AP통신은 이 같은 문건 내용은 이슬람 무장세력 내부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 간에 갈등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AQIM이 지난해 팀북투의 오랜 유적지를 파괴하고 성인의 무덤을 파헤친 것이 주민들의 민심을 잃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툴루즈대학 이슬람학연구소 마티유 귀데르 교수는 “이 문건은 알카에다 내부에 전략적인 갈등이 있고 북부 말리에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방안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