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 밝히는 미화원들… 담배·술값 모아 5년째 매달 1만원 기부
입력 2013-02-15 19:01
충남 공주시내에서 쓰레기 수거와 가로수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 정진홍(56)씨는 요즘 작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간다. 몇 년 전만 해도 고단한 작업을 마치면 늘 동료들과 삼삼오오 술 한잔 기울였지만 이제는 술자리 횟수도 줄였다. 5년 전부터 시작된 ‘1만원 기부’ 운동 때문이다.
정씨를 비롯한 공주시청 소속 환경미화원 78명은 매달 1만원씩 모아 그 가운데 300만원을 지난해 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충남지회에 기부했다. 첫 기부는 5년 전 동료 부모의 수술비를 마련하고자 시작됐다. 암 투병 중이던 동료의 어머니를 위해 환경미화원들이 수술비를 모은 것이다. 7년 전 동료 미화원을 암으로 잃은 공주시 환경미화원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성금을 냈다. 500여만원의 수술비를 받은 동료는 “주위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며 ‘1만원 기부’를 제안했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한 달 평균 200여만원. 대부분 40∼50대인 그들은 월급으로 자녀 학비를 대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하지만 작은 정성으로 모인 돈이 주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한 뒤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기부에 참여했다. 정씨는 “1년에 12만원이면 큰돈이지만 매달 1만원씩 기부하면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술 한잔 덜 먹고, 담배 덜 피우면 된다”며 웃었다. 그는 자발적으로 1만원 기부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나 이제는 전체 직원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야간과 새벽 근무가 잦은 환경미화원들은 고단할 때 담배와 술 한잔에 의지하곤 했다. 그러나 이들은 기부를 시작한 뒤 담배와 술 대신 직접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는 봉사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이들은 순번을 정해 독거노인이나 결손가정을 방문해 직접 성금을 전달하고 말벗이 돼 주고 있다. 정씨는 “앞으로도 기부를 계속해 어려운 형편 때문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