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엔 임기 없다더니 공공요금 인상 방조하나
입력 2013-02-15 19:11
역대 대통령들이 정권 말이면 그랬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민생엔 임기가 없다”고 강조했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물가에는 임기가 없다는 자세로 범 정부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정권 교체를 며칠 앞두고 있으니 업체들에겐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영(令)이 서질 않는다. 오히려 재임기간 물가상승률 관리를 위해 꾹꾹 눌러왔던 공공요금 인상을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최근 전기와 광역상수도 요금, 민자고속도로 통행료가 인상된 데 이어 택시요금이 지방별로 오르고 있고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요금도 다음 달 2일부터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가스요금도 인상 대기 중이다. 공공요금 인상은 다른 소비자물가의 전반적인 상승을 초래하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서민들은 이미 대선 이후 두부와 콩나물, 밀가루, 주류 등 생필품 가격과 영화관람료까지 전방위로 인상이 이뤄지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정권 교체기 어수선한 틈을 타 각종 요금인상이 한꺼번에 봇물을 이루고 있는 점이다. 임기 내에는 실적 관리를 위해 원가인상 요인이 있어도 요금인상을 억눌러 왔지만 정권 이양기에선 감시를 느슨하게 하거나 심지어 눈감아주는 탓이다.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등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 요금인상을 분산시켰더라면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도 있고, 갑작스런 물가충격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공공기관과 운수업체들이 경영합리화나 원가절감 노력보다 손쉬운 요금인상에 기대는 것도 문제다. 현 정부 5년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3.5%지만 일부 공공요금은 물가상승률보다 더 많이 올랐다. 8년간 가스요금은 연평균 9.2%, 시외버스요금은 3.3% 올랐고 전기요금은 1년 반 만에 4차례나 인상됐다.
원가상승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할 게 아니라 구조조정 노력이 먼저다. 방만한 경영을 하면서 툭하면 국민들에게 손을 벌리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정부는 내일 정권이 바뀌더라도 할 일은 한다는 각오로 국민들의 물가 고통을 덜어줘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