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반기(叛旗)

입력 2013-02-15 17:37


이현주(1944∼ )

반기를 들겠습니다

황금 번쩍이며

흐르는 이 시대의 물결 앞에

가난한 팔 치켜올려

당신의 반기를 들겠습니다

몇 줄기 갈대 잎은

강물에 묻혀서도

하늘 끝에 닿아 나부끼며

아아, 하늘에 닿아 나부끼며

넉넉하게 강물을 거스릅니다

참새보다도 황혼의 여우보다도

가난하셨던 사람의 아들이여

모든 것을 삼키는 이 풍요의 미친 날에

사람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가난을 최후의 자랑으로 삼고

남루를 땅끝의 영광으로 삼아

빈손 하늘에 나부끼며

마침내 들겠습니다

당신의 찢어진 반기를 들겠습니다

솔로몬의 온갖 영화를

한 송이 들꽃으로

쓸어버리신

사람, 사람의 아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