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혈관 질환의 시대
입력 2013-02-15 17:38
필자가 의과대학을 다녔던 1970년대 중 후반에는 가장 무서운 질환이 ‘암’이었다. 그러나 30여 년이 흐른 지금 암이 쉬운 질환은 아니지만 결코 과거와 같지는 않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즉 불치병은 아니고 다루어 볼 만한 난치병 범주에 넣고 있다. 일부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의술 발전이 비약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혈관 질환이다. 발병 빈도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그 발병 연령도 젊어지고 있다. 40∼50대 젊은 직장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30대 중반의 아주 젊은 직장인들까지 응급실 혹은 중환자실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혈관질환은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을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뇌졸중(뇌경색과 뇌출혈), 심근경색증(심장근육 혈액공급동맥인 관상동맥이 막혀 심근이 괴사에 빠지는 질환), 투석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신부전증, 혈관성 망막질환 등이다. 과거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오래 앓고 계시던 분에게 노년에 영락없이 나타나는 질환들이었지만 이제는 나이도 젊고 과거에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은 적이 없는 비교적 젊은이들에게 흔하게 이런 유의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맥경화성 혈관 질환의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두 가지 요건이 있는데 이 두 요건이 충족되는 순간 동맥경화는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동맥내피가 손상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콜레스테롤인데 단순히 콜레스테롤이 문제가 아니고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산화가 일어날 때라고 알려져 있다. 조금 더 학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면 혈액 내에 존재하는 단핵구가 이를 잡아먹고 이 단핵구가 상처 난 동맥내피에 침착됨으로 동맥경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동맥내피에 상처가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동맥경화성 혈관 질환이 극히 드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을 ‘건강의 적’쯤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콜레스테롤은 정상적으로 간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생명체가 스스로 체내에서 만든다는 것은 그 물질이 중요한 물질임을 암시한다.
실제 콜레스테롤은 체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간에서 생성되는, 지방소화에 필수적인 담즙의 원료이며 에너지 대사를 원활하게 돌림으로 생명현상을 매끄럽게 유지시켜 주는 각종 스테로이드 호르몬(부신피질 호르몬, 남·여성 성호르몬 등)의 원료이기도 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수없이 많은 상피세포(피부세포 포함)의 세포막 원료임을 알면 콜레스테롤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위험인자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쉴 수밖에 없는데 그때 사용된 산소의 일부가 독성이 강한 ‘활성산소’로 바뀌어 우리 몸을 공격한다 하여 알려진 활성산소(일명 유해산소)가 바로 그것이다. 이 활성산소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진 장기가 바로 혈관 내피라는 사실은 학술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활성산소가 혈중에 돌아다니는 저밀도콜레스테롤을 산화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결국 이 활성산소를 줄여 주는 적극적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항산화제를 복용하는 일이다. 그 항산화제의 가장 대표가 되는 물질이 바로 대표적 수용성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C’인 것이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활성산소처럼 성장을 방해하고 공격하는 것이 없는지 잘 살피고 여기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 속에서 기도와 말씀묵상, 사랑실천이 늘 이어지길 희망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