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시대 두달] 점심시간 풍속도 “오늘은 어디서…” 관광버스 타고 날마다 끼니 전쟁
입력 2013-02-15 17:18
“○○장어 가실 분 타세요.”
점심시간이 임박한 13일 오전 11시45분. 국무총리실이 위치한 1동 청사에서 공무원 10여명을 태운 관광버스 기사는 모퉁이를 돌아 4동 기획재정부 청사 출입구에 멈췄다. 5분여 후 20여명이 더 올라타자 관광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목적지는 세종청사로부터 15㎞가량 떨어진 외곽의 장어요리집. 식사를 일찍 끝내도 같은 버스를 타고 온 다른 부처 일행의 식사가 늦어지면 기다려야 한다. 각 부처의 사람들이 다 탑승했음을 확인한 후에야 관광버스는 다시 세종청사로 되돌아왔다.
세종청사에선 관광버스를 타고 점심 먹으러 가는 일이 드물지 않다. 전용 승합차량을 확보하지 못한 식당들이 규모가 큰 예약이 잡히면 그때그때 관광버스를 수소문하는 것이다. 관광버스는 점심시간에 공무원들을 데려오고 데려가는 대가로 5만∼10만원을 받는다. 총리실의 한 고위공무원은 “식당 주인들이 관광버스 기사에게 수고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다소 비싼 메뉴를 시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청사 인근엔 식당이 없다. 구내식당은 외부에서 식사하는 인원 등을 고려해 공무원 정원의 40%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됐지만 아직까진 완공된 주변 상가 등이 전혀 없어 늘 붐빈다. 구내식당에서 벗어나려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오늘 점심 어떻게 할 거야?”라는 얘기부터 꺼내는 게 인사가 됐다.
어쩔 수 없이 하루 2∼3끼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세종청사관리소는 부랴부랴 구내식당 운영업체에 식사 질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또 공정위가 입주한 2동 청사에 이탈리안 식당을 오픈했다. 말이 이탈리안 식당이지 구내식당 귀퉁이에서 다른 메뉴를 배식하고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매점 같은 형태다. 그래도 구내식당 메뉴에 질린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