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무산… 속타는 朴 당선인·인수위
입력 2013-02-14 22:58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14일 무산됐다. 협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다음번 본회의가 예고된 18일에도 처리가 난망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25일 취임식에 맞춰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전화통화를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비공식 접촉을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큰 탓이다.
양당은 협상 대신 장외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회 브리핑룸의 마이크 잡기 경쟁을 벌이며 정부 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을 서로 ‘네 탓’으로 돌리는 등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6개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이면 그건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라며 “(야당은) 말로만 발목을 잡지 않겠다고 하지 말고 새 정부 출범을 도와 북한 핵위기와 경제 난제를 풀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인수위 측 조직 개편안에 맞서 요구하는 6개항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중소기업청 강화, 방송통신위원회의 합의제 존속, 통상 기능의 지식경제부 이관 반대, 산학협력 기능의 교육부 존치,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 보장이다. 새누리당은 18일 본회의 때에는 정부조직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통법부’ 역할에만 충실할 뿐 국회 본연의 심사 기능엔 무기력하다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입법부인) 여당이 당선인의 원안을 고수하자고 하면 국회는 지나가는 정거장일 뿐이냐”고 반문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합의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독임제인 미래창조과학부로 흡수되는 일은 방송의 공정성을 심각히 해칠 것”이라며 “야당의 합리적 우려를 정치적 이유로 폄하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새누리당은 협상 재개를 위한 어떤 노력도 외면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민주당이 발목을 잡아 정부조직법 처리가 안 된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려는 생각에만 집착한 듯 보인다”고 꼬집었다.
다급해진 쪽은 박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다. 인수위 안팎에선 국회의 정부조직법 처리가 늦어질 경우 새 법률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처 장관 인선을 먼저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북핵 위기 대처와 안정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선 조속한 조각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에서 활용했듯 이들 장관은 소관 부처를 밝히지 않은 채 국무위원으로 발표하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