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發 환율전쟁] 엔화 가치 15개월새 17.3% 떨어져… 급격한 추가하락은 없을 듯
입력 2013-02-14 18:16
엔화의 실질 가치가 최근 15개월 만에 17.3%나 급락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가파른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국제 투자은행 JP모건이 분석한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이 2011년 10월 89.0에서 지난달 73.6으로 떨어졌다고 14일 전했다. 이 기간 엔·달러 환율은 78.8엔에서 90.9원으로 15.4% 올랐다. 환율이 오를수록 돈 가치는 떨어진다.
실질실효환율은 특정 국가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할 때 그 나라 돈이 실제로 얼마나 구매력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JP모건은 2000년을 균형점인 100으로 잡았다. 실질실효환율이 100보다 작으면 약세, 크면 강세를 뜻한다.
지난달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07∼2008년을 빼면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수치는 1982년 70∼80대에서 꾸준히 상승해 1995년 121.8까지 올랐었다. 이후 70대 후반∼100대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2007년 6월 65.1까지 떨어지도 했다. 엔화의 실질 가치는 지난해 9월 85.1을 기록한 뒤 최근까지 가파르게 추락했다. 엔·달러 환율이 94.0엔을 기록한 이달에는 실질실효환율이 71.0까지 떨어질 것으로 JP모건은 추산했다.
KDB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1970년 이후 실질실효환율 추이를 볼 때 엔화 가치는 20% 가까이 떨어진 뒤에는 1∼2년 정도의 조정국면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현재 엔화 가치는 떨어질 만큼 떨어져 향후 급락 가능성은 적다는 뜻이다.
대신증권도 일본이 현재 내놓은 정책으로는 엔화 약세를 계속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임 일본중앙은행 총재가 양적완화 한도를 더 확대하면 엔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지만 외환 개입 등을 주장하는 강성 후보들은 민주당이 반대해 인선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대신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새 일본은행 총재가 엔화 자체보다는 물가와 성장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커 엔·달러 환율은 95엔이 단기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