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發 환율전쟁] 아베노믹스로 日·유럽 희비 극명… 닛케이지수 석달새 30% 급등

입력 2013-02-14 18:16

인위적인 엔화가치 끌어내리기 즉, 아베노믹스로 일본과 유럽의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엔저(低) 현상으로 얼어붙은 일본 시장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부가 출범한 최근 석 달 새 30% 급등한 반면 엔화가치는 14% 하락했다.

일본 증시는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80% 이상 폭락했다. 최근 몇 년 엔화 강세로 수출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엔화 약세 기조가 일본 기업들의 수출 호조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본의 엔저를 노린 환율·채권 및 파생상품 거래로 수익을 내는 대형 헤지펀드 회사들은 급속히 진행된 환율 변동 기조 속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튜더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헤지펀드 3곳의 최근 석 달 수익률은 평균 10% 선으로, 지난 3년간의 평균 수익률 3.5%를 훨씬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 저하로 고전해야 했던 헤지펀드들에는 그야말로 ‘장’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호조가 20년 동안 계속된 불황을 타개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BNY멜론애셋매니지먼트에서 연기금 투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니시모토 사토시씨는 “이 추세가 탄탄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일본 증시에 대한) 연기금 투자규모를 늘리겠지만 지금으로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은 지속되는 유로화 강세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부터 유로 환율은 달러 대비 12%, 엔화 대비 35% 오른 상태다. 유로존의 버팀목인 독일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도는 -0.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엔저로 인한 타격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WSJ는 남유럽 국가들이 더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