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스프린터 ‘밸런타인데이의 비극’
입력 2013-02-15 00:07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포츠 아이콘으로 떠오른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가 14일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날 오전 3시쯤(현지시간) 남아공 프레토리아 외곽 실버레이크스 고급주택단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패션모델 리바 스틴캠프(30)에게 4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여자친구는 현장에서 숨졌다. 현지 경찰은 피스토리우스를 살인 혐의로 체포하고 9㎜ 권총을 압수했다.
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드러나지 않았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강도로 오인해 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틴캠프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남자친구에게 깜짝 선물을 주려다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 경찰 대변인 데니스 뷰케스는 “우리는 그런 정보를 알지 못하고 언론에 제공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총격 이전 집 안에서 또다른 사고가 있었고, 그의 집에서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와 다투다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지 언론은 그가 여러 명의 여성과 교제해 여자친구와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14일 법정에 출두키로 했으나 채혈 검사 등을 이유로 일정이 하루 연기됐다.
무릎 아래 부분이 없는 피스토리우스는 탄소섬유 재질의 칼날처럼 생긴 의족을 달고 육상경기에 나서 일약 유명해진 선수다. 일명 ‘블레이드 러너’로도 불린다. 그는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서 단거리 최강자로 군림해오다 절단장애 육상선수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400븖 준결승까지 진출했고, 1600븖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장애 극복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2011년 대구 국제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지난해엔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선정됐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