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女風당당… 유리천장 걷히나
입력 2013-02-14 18:05
유통업체들이 여성인력 양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여성임원이 적은 그동안의 유통업계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첫 여성 대통령인 점이 일차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 고객인 여성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여성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2일 점장급 인사를 통해 2명의 새 여성점장을 임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로써 영플라자 3개점은 모두 여성점장이 지휘하게 된다.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앞으로 5∼6년간 성장하면 임원으로 승진할 기회를 얻게 된다. 김지윤 본점 영플라자 점장은 “여성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특유의 감수성을 발휘해 회사 발전에 기여하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근 5년간 공채에서 여성 비중이 평균 48%였다.
유통업체들은 여성 직장인의 가장 큰 문제인 출산과 육아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2일부터 ‘임신-출산-육아 3단계 워킹맘 희망 프로젝트’를 실시키로 했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여성 인재가 회사를 나가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마트의 경우 전체 정규직 중 여성이 58%에 달한다.
임신을 회사에 통보한 시점부터 출산 때까지 근무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고 법적으로 정해진 출산휴가 90일과 육아휴직 1년 외에 추가로 1년을 쉴 수 있도록 희망육아휴직제도를 신설했다.
현대백화점은 여직원이 출산하면 출산휴가에 이어 최장 1년까지 휴직이 이어지도록 하는 ‘자동 육아휴직제’를 시행하고 있다. 눈치 보느라 육아휴직을 못하는 경우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업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유리천장’으로 비유되는 여성인력 승진의 벽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여성 고객이 대다수인 특성상 여성인력이 타 업종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이에 반해 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임원까지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롯데그룹의 경우 278명의 임원 중 여성임원은 3명에 불과하다. 여성인력 대비 여성임원 비율이 2.1%로 삼성(8%), 현대차(5%) 등 다른 대기업에 비해 낮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진급 대상자가 없어 여성임원이 나오지 않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