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등 신흥국 “아베노믹스 더 묵과못해” ‘환율 갈등’ 전운 고조
입력 2013-02-14 17:54
‘무제한 돈 풀기’로 요약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세계 경제에 전운(戰雲)을 드리우고 있다. 이미 수차례 양적 완화를 시행한 미국은 엔저(低) 현상을 옹호하고 나섰다. 반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수출 주도형 신흥국은 일본의 무제한 돈 풀기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의 양적 완화에 자극을 받은 신흥국들이 적극적인 환율 개입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는 환율 전쟁의 격랑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 20개국(G20)은 15일부터 이틀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개최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4일 “대부분의 선진국 중앙은행이 시행 중인 양적 완화 조치의 효용성과 파급효과 및 이에 대한 신흥국의 정책적 대응조치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G20 재무장관회의의 최대 논제는 글로벌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 건전성 확보 등 거시 정책의 공조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승리를 거두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출범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아베 총리는 “윤전기로 돈을 찍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으며 중앙은행이 반대하면 총재와 법률을 바꾸겠다”고 공언하면서 적극적인 양적 완화 전략을 펼쳤다.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해 자국 수출을 활성화시키고 디플레이션(저물가·저성장)에서 탈출한다는 계획에서다. 이후 엔화 가치는 가파르게 떨어졌고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신흥국이 피해를 입으면서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다. 엔저 현상의 파급효과는 동아시아를 넘어 남미, 남유럽 등 세계 각지의 신흥국으로 확산되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성명서 초안에는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인위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