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다시 불붙는 核무장론… 北 3차 핵실험후 군사 불균형 심각 “자위권 차원 필요”
입력 2013-02-14 22:46
여권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핵보유국 단계에 접근하고 있는 만큼 자위권 차원에서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하고, 일본의 핵무장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핵무장론의 진원지는 새누리당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원유철 의원은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이어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북핵 해결 시 즉각 폐기하는 조건으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 핵무장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기관총을 구입한 이웃집 깡패를 더 이상 돌멩이 하나로 상대할 순 없다”는 논리로 핵무장을 촉구했다.
핵무장론이 나온 배경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기울여온 북핵 폐기 노력이 사실상 실패했고, 이로 인해 남북간 군사적 불균형이 극심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다량 보유한다면 미국의 핵우산이나 ‘세계최고 수준’의 순항(크루즈) 미사일 등으로는 충분한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없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보다 효율적이고 강하게 북핵 제거에 나서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핵을 꼭 갖겠다는 것은 아니어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의 독자적 핵무기 보유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이냐는 점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당장 핵 주권 보유를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핵화 포기로 생기는 국가이익, 세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중하게 논의해야지 함부로 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라디오에 나와 “(핵무장론은) 동북아를 핵창고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우방인 미국과 맞서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국은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따라 기존 핵보유국 외에는 핵무기 보유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2004년 대덕연구단지에서 일부 과학자가 극소량의 우라늄 농축실험을 했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적발돼 해명하는 데 진땀을 빼기도 했다.
우리가 핵무장에 나서면 미국이 앞장서서 북한과 똑같은 식의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리는 그런 제재를 견디지 못한다”면서 “힘의 중립지대에서만 핵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경험으로 볼 때 (6자 회담국들이) 북핵 문제를 놓고 진정한 외교협상을 한 게 없다”며 아직은 외교적인 해결 방법과 시간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엄기영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