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넉달째 동결… 새 정부서 인하할 듯

입력 2013-02-14 22:19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개월째 기준금리를 묶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3분기를 단기적인 경기 저점으로 본 한은이 일단 ‘바닥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새 정부의 경기부양 재정정책과 ‘정책 공조’에 나서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14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북 리스크와 급격한 환율 변동성이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이 다소 좋아지고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대외 여건은 나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제조업생산, 소매판매, 주택가격 등이 11월 이후 플러스로 전환됐다. 중국도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9%를 기록하며 경기회복 기미를 보였다.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수출이 전월 대비 1.2% 감소했지만 11월에는 0.8% 상승으로 돌아섰다.

우리 경제 사정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전월 대비 11.9%)에 이른 데다 지난해 12월 설비·건설투자도 전월 대비 각각 9.9%, 5.8% 증가하는 등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3분기가 경기 저점이라고 밝혔던 한은이 올해 들어서도 우리 경제에 온기가 돌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오름세인지, 계속 바닥을 치고 있는지를 놓고 금통위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달과 이번 금통위 금리 결정이 모두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전에 한은이 먼저 ‘나 홀로’ 경기부양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서로 보완재이기 때문에 양쪽이 협의 하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다만 새 정부 출범 때문에 한은이 해야 하는 어떤 의사결정을 뒤로 늦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엔저(일본의 인위적인 엔화 가치 절하)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주요 수출업체들이 벌써부터 엔저에 타격을 받아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대북 리스크, 엔저 현상, EU의 추가적 재정위기 가능성 등 대외 악재가 여전히 우리 경제를 옥죌 수 있는 상황”이라며 “상반기 중에 한 번은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