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남 호날두, 옛 스승 퍼거슨 마음을 훔치다… 레알 구한 환상의 헤딩 골

입력 2013-02-14 17:47

탄성이 터질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레알)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0-1로 뒤져 있던 전반 29분. 앙헬 디 마리아(레알)가 맨유 진영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가 돌고래처럼 솟아올랐다. 깔끔한 헤딩골이었다. 이어진 장면은 호날두의 침묵. 호날두는 담담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가벼운 포옹을 했을 뿐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호날두의 마음 한편엔 친정팀 맨유가 자리 잡고 있었다. 레알과 맨유 팬들은 한마음으로 호날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린 레알과 맨유의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10년 만에 성사된 ‘빅매치’이자 ‘호날두 더비’라고 불린 이 경기에서 양 팀은 1대 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맨유는 전반 19분 코너킥 상황에서 대니 웰벡의 헤딩골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10분 후 호날두에게 헤딩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1차전에서 무승부에 그친 레알은 다음달 6일 예정된 2차전 원정경기에 부담을 안게 됐다.

경기 전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호날두의 기량이 만개했다”며 옛 제자를 칭찬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 누구보다 호날두를 잘 아는 퍼거슨 감독은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필 존스에게 ‘호날두 봉쇄’ 특명을 내렸다. 존스는 호날두를 90분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나 순간의 방심으로 호날두를 놓치고 말았다. 호날두는 이날 골로 UEFA 챔피언스리그 7경기에서 7골 째를 터뜨려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퍼거슨 감독은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과 치른 경기에서 골을 뽑아낸 호날두에 대해 “정말 환상적인 헤딩슛이었다”며 “호날두는 2003년부터 6년 동안 우리와 함께하면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 팀에 가장 큰 위협이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를 껴안고 얘기를 나누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또 다른 16강전에서는 도르트문트(독일)가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마츠 훔멜스의 동점골로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 2대 2로 비겼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