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위기, 한국의 창의적 안이 나와야 할 때다

입력 2013-02-14 22:18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국민 안전 담보할 대책 세워야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1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할 권리까지 언급하는 등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의 실전배치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보기엔 자멸로 가는 길이지만, 김정은 정권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접어든 형국이다.

20년 넘게 계속된 북핵 문제가 이렇게 암울한 방향으로 귀결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북한 정권의 비뚤어진 대미 인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6·25 전쟁 이후 미국을 가장 무서워하면서도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했다. 6·25 전쟁이 끝난 뒤 미국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북한을 해코지 한 경우가 없음에도 지금도 미국을 최대 위협국가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미국과 같은 입장에 서기 위한 수단으로 택한 것이 핵무장이다. 핵무기를 가져야만 위협받지 않는 것은 물론 경제적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민들이 굶어죽든지 말든지 내버려 둔 채 김일성부터 김정일을 거쳐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비밀리에 핵 기술을 개발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핵실험이 세 차례 이뤄진 만큼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가 사실상 종말을 고하게 될 상황에 빠지는 등 안보 환경의 일대 변화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만간 핵무장한 북한을 머리 위에 얹고 살아야 할 처지가 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나라를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기존의 대북·안보정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핵억제력 확보가 중요하다. 우리 군은 정밀도가 높고 사거리가 1000㎞ 수준인 함대지·잠대지 순항미사일의 비행 및 요격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다. 군은 또 2015년 완성 예정인 미사일 타격체계 ‘킬 체인(Kill Chain)’을 조기 구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의 핵무기 선제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능력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또 북한의 핵도발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등과 군사정보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도록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이 완결됐다고 확인되기 전까지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비핵화 정책의 섣부른 포기는 자칫 북한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일 수 있다. 더욱이 한반도에 핵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실과는 괴리된 듯하지만 정부로서는 마지막까지 비핵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관련국들의 경제적 지원 등을 대가로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폐기한 우크라이나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똑같은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일은 지난할 것이다. 그렇다고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은 물 건너갔다고 비관해서도 안 된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동참하지 않아 북한 정권이 정말 고통스러워하는 제재를 취한 적이 없다. 중국을 설득해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핵무장으로 아무 것도 얻을 게 없구나’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할 경우 외교적 해법이 다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북핵문제가 악화된 데에는 중장기 전략 부재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