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낭비한 자치단체장 책임 물어야
입력 2013-02-14 22:15
대한변호사협회가 세빛둥둥섬 조성사업을 추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키로 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경전철사업에 대해서도 주민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예산을 낭비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의 전시행정에 실질적인 책임을 묻는 절차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사업비만 1390억원이 투입된 세빛둥둥섬은 자치단체장의 업적주의가 낳은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2년6개월여의 공사 끝에 한강에 대형 인공섬 3개를 띄웠으나 아직도 어떻게 사용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자체 감사에서는 불공정, 특혜성 계약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실무자에 대한 징계만 있었을 뿐 혈세 낭비에 대해 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대한변협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위법성을 발견했다”고 밝힌 만큼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1조원이 투입된 용인경전철도 마찬가지다. 용인시는 지난해 국제중재법원에서 패소해 시행사에 8500여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그런데도 수요 예측이 정확하지 않은 시민체육공원, 종합운동장, 주민센터 건립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시성 사업으로 재정을 파탄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비슷한 사업이 계속되는 것이다.
지자체의 전시행정은 서울시나 용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지자체는 전국 244곳 가운데 213곳(87.3%)에 달한다. 그런데도 많은 지자체들이 아직도 주민 편익이나 지역경제 발전과 무관한 전시성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서고,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하고, 중앙정부가 온갖 행정력을 동원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이번 대한변협의 수사의뢰를 계기로 잘못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세금을 낭비한 공무원에게는 반드시 민·형사적 책임을 묻는 풍토가 확립돼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자치단체장이 치적 쌓기 같은 정치적 이유로 예산을 낭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