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원사찰한 이마트가 노사우수기업이라니
입력 2013-02-14 22:07
고용노동부는 매년 각 사업장의 신청을 받아 서류심사와 사례발표를 거쳐 노사문화 우수기업을 선정한다. 상생의 노사문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을 선정, 지원함으로써 협력적 노사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3년간 정기 근로감독 면제, 은행 대출 시 금리우대 및 신용평가 때 가산점 부여, 1년간 세무조사 유예 등 15가지 혜택을 받는다.
노조 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직원들을 불법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마트를 비롯,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지난 8년간 27회나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이러한 특혜를 누려 왔다는 것은 이 제도가 얼마나 엉터리로 운영돼 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지점 내 협력업체 창고에서 ‘불온서적’(전태일평전)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관련 직원들을 퇴사시키거나 다른 지점으로 옮기도록 한 이마트 부천점은 두 차례나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직원 사찰 수단이었던 ‘1130 면담 프로그램’이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사측은 하루 1명의 사원을 30분씩 면담해 노조 성향 등에 따라 5단계 등급으로 분류하고 문제 있는 직원들을 걸러내거나 관리해 왔는데 정작 고용부 평가에서는 우수한 노사문화 사례로 둔갑해 버렸다.
고용부는 이마트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나오는 대로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을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 이마트는 고용부 등 공무원들에게 고가의 명절 선물을 보내고 306명의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해 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만큼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과정에서 은밀한 거래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책상머리 행정이 빚어낸 촌극이 비단 이마트뿐만은 아닐 것이다. 2004년에는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들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하이닉스반도체 청주사업장이 노사문화 우수기업 중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 ‘신노사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차제에 제도 자체를 재점검해 실제 노사관계를 잘 이끌고 있는 기업들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