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오성삼 (1) 오늘의 내가 나 되었음은 다 하나님 은혜라!

입력 2013-02-14 16:35


내 인생의 전반부는 아이들과 노는 것이 좋았던 철부지 어린시절을 빼면 내내 비가 내렸다.

물에 젖은 성경책과 찬송가 한 권을 남긴 아버지, 재봉틀에 의지해 아들 셋을 홀로 키운 고단한 삶 속에서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단정한 모습으로 기도를 올리시던 어머니. 그분들이 가난과 함께 주신 것은 사랑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것은 돌이켜보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한 힘이었다.

120명을 뽑는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응시생 122명 가운데 121등을 한 내가 선생님이 될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되기까지 겪은 어려움이 어디 한두 가지였을까. 하지만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고 내가 살아가는 데 무엇보다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대학시절 대학 건물에서 새우잠을 자고 배를 곯아가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고, 추운 겨울날 교문 앞에서 입학시험 문제지를 팔 때 수위에게 모욕을 당하면서도 대학 교수의 꿈을 키웠다. 병마로 ROTC 임관을 못했을 때도 흔들렸을지언정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등병으로 군 생활을 하면서도 대학원 준비를 했다. 유학생활 중 겪은 절박한 상황에서도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참으로 운이 좋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장학금을 타지 못하면 계속 공부를 할 수 없어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만든 가난도 감사했고, 대학시절부터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도와준 월드비전과 정수장학회 장학금도 큰 선물이었다.

나는 결국 대학교수가 되었고 교육대학원장 일을 맡아보며 전국 134개 교육대학원장협의회 회장도 되었다. 정수장학회 총동창회 회장과 서울 시내 가난한 집안의 고등학생들에게 연간 90억여원을 지급하는 하이서울장학위원회 위원장 역할도 했다.

언젠가부터 내가 받았던 도움을 조금씩이나마 갚기 시작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갚아도 마음의 빚이 날마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든 생각이 보잘것없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것들을 모으고 마무리할 시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교육학자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면 누군가에게 작은 깨달음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 장마는 참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그 비는 끝이 났고 지금 나는 힘들게 비를 맞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싶다.

“일요일 예배를 끝내고 교회를 나오던 두 친구가 있었다. 교회에 나오자마자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두 친구는 교회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시간이 꽤 지난 뒤에도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 친구가 조바심을 내며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 비가 그치기는 할까?’ 다른 친구가 말했다. ‘자넨 그치지 않는 비를 본 적이 있나?’”

인생을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이 많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련도 있다. 그러나 그치지 않는 비가 없듯이 인생에서 끝나지 않는 시련은 없다.

인생을 살아오며 내가 남에게 감동을 주기보다는 남들로부터 많은 감동의 선물을 받아왔다. 고백하건대 오늘의 내가 나 되었음은 다 하나님의 은혜요 주변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도움 때문이었다.

◇약력: 1947년 경기도 출생,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대학원 교육학 박사,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 건국대학교 농업교육학사, 건국대 교수, 건국대 교육대학원원,장 전국교육대학원장협의회회장, 국제교육진흥원원장, 건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장, 현재 인천 송도고등학교 교장

정리=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