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용호] 북핵 문제 대응 방안
입력 2013-02-14 17:30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우리 정부당국은 이번 핵폭탄의 성능이 히로시마 원자탄의 절반 정도로 추정하지만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와 경량화된 원자탄”이라고 주장한다. 핵무기는 가공할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서 몇 발만으로도 한 국가를 궤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하고 있다. 미국이 12일 새벽 1시50분(현지시간)에 오바마 대통령 명의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보더라도 이번 핵실험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알 수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우리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 주었다. 첫째, 협상이나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는 우리들의 기존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성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북한이 앞으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대화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진정성이 의심스럽고 오히려 핵무기 개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간 벌기’용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셋째, 장차 북한의 핵 위협이 한반도를 넘어서서 미국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성공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대기권 밖을 비행하다가 미국의 타격 목표를 향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미사일 재진입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북한이 앞으로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어떻게 복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러한 장기적인 과제를 염두에 두고 한반도의 새로운 안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우선 박 당선인과 외교안보통일팀은 남북한 신뢰프로세스를 비롯한 선거공약과 대북정책, 국방정책, 대외정책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북핵·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협상(클린턴 정부), 6자회담(부시 정부), 북·미고위급회담(오바마 정부)과 한·미공조, 한·중협력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협상과 제재라는 투 트랙 접근법(two-track approach)과 함께 주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취했다. 즉,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나쁜 행동에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북한이 먼저 협조적으로 나오면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인내정책이 북한의 핵능력을 증대시켜 주었기 때문에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제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공존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후자를 포기할 수 없으나 전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반대와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무릅쓰고 핵무장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핵무기를 가진 북한으로부터 우리의 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우리 군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또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북의 공격을 알아내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도록 대북 정보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2015년 전시작전권을 넘겨받은 이후에도 한·미 방위협력체제가 약화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특히 군사정보의 공유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 정책이 한반도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수다. 북한의 핵무장이 우리의 안보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해치지 않도록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정책 공조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