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낯선 일상

입력 2013-02-14 17:31


그림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소도시 라르가 시청 앞 거리다. 연극무대 같은 흰색 건물과 그 앞을 지나는 빨간 트럭이 묘한 인상을 남긴다.

그림에 대한 열정을 삭이지 못해 마흔 살에 이탈리아로 건너간 후 10년 넘게 작업한 윤지원 작가의 작품에서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오랜 시간을 외국에서 보낸 서러움 같은 것이 풍경 속에 스며들어 있다. ‘낯선 일상’이라는 전시 타이틀은 생경함과 친숙함이 공존하는 곳을 의미한다.

‘소녀’ ‘일요일 아침 홍대 앞’ ‘창덕궁’ 등 그의 작품에서는 고독, 소외감, 연민, 번민, 쓸쓸함, 공허함 등이 읽혀진다. 유년 시절 겪었던 잦은 이사에 대한 기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그림 속에 깃든 한줄기 희망의 빛이 공허한 도시를 밝히고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작가는 황량하고 거대한 도시에 묻혀 존재감을 상실해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그림을 통해 내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