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매력적인 그녀, 실제 직장에서도 성공할까?… ‘매력 자본’
입력 2013-02-14 16:48
매력 자본/캐서린 하킴/민음사
대한민국은 가히 성형공화국이다. 도심 거리를 가득 채운 성형 권하는 광고, 남성에게까지 번진 성형 욕망, 언론뿐 아니라 바로 오늘 점심식사 시간에 오르내리는 주변 사람들의 성형 성공담과 실패담….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성형 욕망은 외모지상주의로만 폄하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흐름이 거세고 전방위적이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에 감염될 수밖에 없을까. 성형수술 이면에는 어떤 욕망이 숨겨져 있을까.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출신인 캐서린 하킴의 ‘매력 자본’은 우리 사회에 깊이 침투한 성형 욕망을 해부할 수 있는 메스다. 2010년 옥스퍼드대학교 저널 ‘유럽사회연구(European Social Research)’에 발표했던 논문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출발이 논문이었다고 하지만 학술서처럼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힌다.
매력 자본은 하킴이 만든 조어다. 예쁜 얼굴, 섹시한 몸뿐 아니라 뛰어난 사교술과 유머, 패션스타일, 이성을 다루는 테크닉 등을 아우르는 것으로,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에 이어 현대 사회를 규정하는 제4의 자산이다. 바야흐로 자본화한 매력은 일상을 지배하는 ‘조용한 권력’이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매력 자본도 IQ나 키처럼 측정할 수 있을까. ‘외모 프리미엄’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옷차림이 승진에 미친 영향은? 측정불가해보이는 이런 매력 요소들을 저자는 설문조사나 각종 연구결과를 동원해 정량적으로 제시한다. 이를 테면 평균적인 사람들이 100만원 벌 때 비만인 사람은 86만원 번다거나, 매력적인 사람들의 취직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0% 포인트 더 높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렇게 진가를 발휘하는 매력 자본이 지금까지는 왜 폄하돼 왔는가. 이에 대한 분석은 주제가 던지는 흥미에 학술적 무게를 얹어준다. 저자는 그 원인을 가부장 이데올로기에서 찾는다. 대체로 매력 자본은 여성이 더 많지 않은가. 취업 시장을 이미 장악한 남성들은 여성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매력 자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거나 부정했다. 매력 있는 여자에게 ‘백치미’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식으로 말이다.
여성의 성적 매력을 경멸한 페미니스트 역시 남성 우월주의 관점과 공모했다. 그 결과, 실제 연봉에서 여성의 매력 자본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왔음을 연구결과는 보여준다. 매력 자본은 특정 계층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지나치게 억압받아왔던 것이다. 아울러 매력 자본은 젊은층에게서 상대적으로 무시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들은 업무 경험이 크게 축적되지 않아 매력 자본이 중장년층보다 중요한데도 젊음 탓에 이를 간과한다면서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그래서 외치는 듯하다. 매력 자본도 지적 능력처럼 키울 수 있으니 자신 속의 매력 자본을 꺼내서 적극 계발하라고. 유머, 패션스타일, 예의범절, 미소, 활력, 춤 실력 등의 매력 자본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이현주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