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조선시대, 어떻게 속 보이는 패션 유행했을까

입력 2013-02-14 16:48


치마저고리의 욕망/이민주(문학동네·1만원)

조선 후기 화가 신윤복(1758∼?)의 대표작 ‘미인도(美人圖)’를 떠올려보자. 그림 속 여인이 입은 저고리는 짧다. 허리띠를 둘러 가리지 않으면 가슴이 드러날 정도다. 반면 치마는 넉넉하게 부풀어 있다. 이른바 ‘하후상박(下厚上薄) 스타일’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국학자료연구실 연구원인 저자는 이 같은 패션 코드를 통해 과거 여성들이 품었던 욕망과 옷이 갖는 문화적 가치 등을 조명한다. 특히 그가 주목한 건 치마저고리다. 과거 우리네 여성의 몸은 삼국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옷 속에 감춰져 있었다. 하지만 16세기 들어서면서 저고리 길이가 짧아지는 유행이 시작됐고, 19세기가 됐을 땐 속살이 훤히 보이는 패션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엄격한 유교 문화였던 조선 시대에 어떻게 이런 옷이 유행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새로운 스타일의 옷이 그 자체로 충분히 창의적이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예술의 발달 등과 맞물려 누구나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문화의 정수(精髓)를 찾아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로 발간되고 있는 문학동네의 인문학 문고 시리즈 ‘키워드 한국문화’ 12번째 책.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