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결국 사퇴… “심려 끼쳐드려 죄송”

입력 2013-02-13 22:32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13일 “인사청문과 관련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하여 후보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박근혜 당선인과 협의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지 41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전망이다.

지난달 21∼22일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헌법재판관 시절 특정업무경비의 사적 유용, 분당 아파트 위장전입, 장남 증여세 탈루, 공동저서 저작권법 위반, 가족동반 해외출장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고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이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여론 등을 고려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을 존중하겠다”며 “헌재소장 공백이 길어지지 않도록 새 후보자 지명이 속히 이뤄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늦었지만 국민 모두를 위해 다행스런 일”이라며 “국가 중요 기관의 수장이 가져야 할 도덕적 자격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워야 하는지 기준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의 사퇴에는 박 당선인 측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정치권과 언론의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언론에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 그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언급하면서 자진사퇴한 것은 이 후보자가 당선인 측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뜻이 전달됐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본인에게 제기된 갖가지 의혹에 결국 설 자리가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물러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론도 부정적이고, 법조계 내부 신망을 잃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후 6시40분쯤 헌재 측에 별다른 설명 없이 직접 작성한 사퇴의 변을 보냈다. 또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사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의 사퇴로 헌재소장 공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 임기가 10여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차기 헌재소장 후보자 인선은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인선은 다음달 22일 임기가 끝나는 송두환 헌법재판관 후임과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차기 헌재소장 후보자로는 목영준·민형기 전 헌법재판관, 박일환·김영란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된다.

강주화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