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스포츠 현역 선수 첫 박사학위 취득 장세형씨, “춤, 대회·공연용이 아닌 화합과 행복의 매개체로”
입력 2013-02-13 22:19
세계적인 댄스스포츠 선수 장세형(40)씨가 오는 25일 성균관대학교 무용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현역 댄스스포츠 선수가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은 장씨가 세계 최초다.
장씨는 영국인 아내 장아델(29)씨와 함께 맘보·볼레로·탱고·차차차 등 댄스 장르 19개를 모두 소화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선수로 꼽힌다. 그는 2008년 세계 프로페셔널 라이징스타 아메리카스타일 챔피언, 2010년 UK오픈 프로페셔널 10댄스 챔피언, 2011년 영국 프로페셔널 쇼댄스 챔피언 등 세계 각종 스포츠댄스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에는 런던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초대돼 특별공연을 펼쳤다.
장씨가 처음 댄스스포츠를 접한 것은 1991년 서울의 한 전문대 레크리에이션학과에 진학하면서부터다. 태권도 6단인 장씨는 태권도를 즐겁게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이 학과에 들어갔지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댄스였다. 장씨는 13일 “당시 학과 수업으로 왈츠를 배우며 춤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교양적인 활동이라는 사실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춤의 매력에 빠져든 장씨는 1997년 미국 뉴욕으로 떠나 본격적으로 볼룸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뉴욕여가생활연구소’라는 학원을 열어 레크리에이션과 댄스스포츠를 가르쳤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춤을 통해 미국과 한인 사회를 연결하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보도했다.
그는 2007년 댄스대회를 앞두고 파트너를 찾다가 아내 아델씨를 만났다. 아델의 어머니는 세계댄스교사협회(IDTA) 수석 심사위원 출신이다.
2009년 성대 박사 과정에 입학한 뒤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댄스스포츠 선수 활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한국에서는 누나 집에서, 영국에서는 처가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밤마다 책을 읽고 논문을 썼다. 허리 통증이나 졸음이 몰려오면 지하 주차장으로 나가 춤을 췄다. 그는 논문을 통해 대학에서 볼룸댄스와 댄스스포츠를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이 논문은 오는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댄스교사협회(IDTA) 콘퍼런스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장씨는 “통상적으로 댄스스포츠는 대회 입상을 위한 경기력 향상에 주력하고 댄스는 예술적인 면을 강조한다”며 “양쪽을 아우르는 새 교육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춤을 대회나 공연용으로만 치부해버리는 시선에서 벗어나 화합과 행복의 매개체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