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종목 태권도 잔류-레슬링 탈락… 스포츠 외교력에 희비 갈려

입력 2013-02-13 19:17

태권도가 잔류하고 레슬링이 2020년 하계올림픽 핵심종목에서 빠진 12일의 IOC 집행위원회 결정사항을 놓고 국제스포츠계는 오랫동안 말들이 많을 듯 하다. 가장 탈락이 유력했던 근대5종이 살아남고, 고대올림픽부터 근대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올림픽 역사와 함께 해온 레슬링이 빠졌기 때문이다.

집행위원회 결과를 두고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올림픽 프로그램의 개선과 개혁을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고, 차기 IOC위원장이 유력한 토마스 바흐 부위원장(독일)은 “올림픽 경기의 현대화를 위해 여러 팩터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명확한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가끔은 정치적·감정적 판단으로 해온 IOC의 의사결정 과정을 볼 때 이번 결정이 시사하는 바 크다.

외신을 통해 전해진 투표 뒷이야기는 이러했다. 투표는 자크 로게 IOC위원장을 제외한 집행위 멤버 14명이 참여했다. 집행위원들은 런던올림픽 26개 종목에 대해 부적합 종목을 가려내는 비밀투표를 4라운드에 걸쳐 실시했다. 최종 라운드에 남은 종목은 레슬링, 필드하키, 근대5종 등 3종목이었다. 탈락후보 종목으로 전망됐던 태권도와 카누카약은 앞선 라운드에서 이미 구제됐다. 3종목을 놓고 실시한 투표결과 레슬링이 8표로 가장 많았고, 필드하키와 근대5종은 각각 3표씩을 얻어 핵심종목으로 살아남았다. 태권도가 핵심종목으로 살아남은 것은 결국 평소 정부와 태권도인들이 합심해 집행위원들을 상대로 태권도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온 스포츠외교력의 승리였다. 박근혜 당선인도 지난 1일 방한중이던 로게 위원장을 만나 태권도의 올림픽 핵심종목 잔류를 당부한 바 있다.

탈락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됐던 근대5종은 클라우스 쇼만 국제근대5종연맹(UIPM) 회장과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의 아들인 사마란치 주니어 UIPM 부회장이 유럽중심의 집행위원회에 집중적인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반면 레슬링은 설마하다 뒷통수를 맞은 격이다. 적극적인 공격 대신 수비위주의 재미없는 경기방식이 팬들의 외면을 산 것이 퇴출의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집행위원회에 이렇다할 인맥이 없는 레슬링이 결국은 로비력에서 밀린 것으로 외신은 보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