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점수제 도입해야 레슬링 회생”… 양정모 이사장, 인기회복 위한 개혁 주장

입력 2013-02-13 19:16

“완전히 새로운 레슬링을 만들어야 합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자유형 62㎏급에서 한국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양정모(60) 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은 한숨을 내쉰 뒤 목소리를 높였다.

양 이사장은 12일 오후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2020년 대회부터 적용할 핵심종목(Core Sports)에서 레슬링을 제외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고대 올림픽의 5종 경기 중 하나인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퇴출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러면서 반성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때 리듬체조에 구름관중이 몰렸어요. 그런데 레슬링은 별로 인기가 없더군요. 화려한 기술이 안 나오고 스타가 없으니 관중이 외면한 거죠.”

양 이사장은 레슬링의 인기가 떨어진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투기 종목 중에서 3전2승제의 세트 방식을 채택한 건 레슬링밖에 없습니다. 승부를 뒤집을 여지를 두자는 게 세트 방식의 목적인데, 실제로는 점수 차가 벌어지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아요. 더 다이내믹한 경기를 위해 토털 점수제로 환원시켜야 합니다.”

양 이사장은 IOC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레슬링을 올림픽에서 완전히 퇴출시키진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레슬링 종류를 축소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예전부터 나왔습니다. 국제레슬링연맹(FILA)의 마티네티 회장이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한다면 레슬링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레슬링은 올림픽에서 남자 그레코로만형(상체 공격·7체급), 자유형(전신 공격·7체급)과 여자 자유형(4체급)으로 열린다. 한국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3개 등 총 35개의 메달을 획득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은 야구·소프트볼, 가라테, 우슈, 롤러,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 신규 진입을 노리는 7개 종목과 함께 올림픽 종목 재진입을 놓고 경합한다. 최종 퇴출 여부는 9월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양 이사장은 위기에 처한 레슬링을 구하기 위해선 대한레슬링협회부터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를 보자마자 몇몇 지인들과 통화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분열된 국내 협회가 하나로 뭉쳐 국제레슬링연맹에 힘을 실어 줘야 할 때라고 하니 다들 공감하더군요. 지금도 땀을 흘리고 있을 우리 선수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