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부실 자영업자 대상 프리워크아웃 도입
입력 2013-02-13 18:05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이 35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숙박·음식점업 등 경기민감 업종의 대출 증가 폭이 컸고 연체율이 상승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자금 사정이 나빠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총액이 약 253조원으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비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101조원을 합치면 자영업자가 금융권에 진 빚은 354조원에 이른다.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기업대출은 전년보다 15조1000억원 증가한 173조5000억원, 가계대출은 전년보다 2조3000억원 늘어난 79조1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임대업(대출 잔액 49조5000억원), 숙박·음식점업(18조4000억원), 도·소매업(33조5000억원) 등 경기에 민감한 분야에서 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들 업종의 대출 증가 폭은 각각 17.9%, 11.5%, 5.4%에 이르렀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와 도시형 임대사업이 증가했고,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창업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대출 규모가 늘어난 동시에 부채의 질도 좋지 않다. 지난해 말 현재 자영업자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은 24.1%로 전년보다 5% 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임금 근로자의 평균 DTI(상용직 16.6%, 임시·일용직 19.4%)를 웃돌았다. 특히 소득 1분위(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자영업자의 평균 DTI는 54.4%에 달했다. 자영업자 기업대출 연체율은 0.89%로 전년보다 0.09% 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급증한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 문제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사상 최악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상공인들이 응답한 체감경기실사지수(BSI)는 65.5로 전달(89.9)보다 눈에 띄게 악화됐다. 평균적인 경기 상황을 표현하는 BSI는 100이다.
‘자영업자 위기’가 증폭되자 금감원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가계대출에 한정해 시행 중인 프리워크아웃을 자영업자들에게도 확대 적용키로 했다. 프리워크아웃은 단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만기연장, 장기분할상환대출 전환 등을 통해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자영업자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신용평가모형을 만들고, 올 1분기 중에 은행별로 자영업자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