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 파장-해외 전문가 진단] “오바마 北 포용 어려워져… 제재후 외교해결 나설 듯”

입력 2013-02-13 18:52


미국- 니콜라스 해미세비치 KEI 국장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박근혜 정부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추진할 가능성이 있었던 대북 포용정책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당분간은 강력한 제재에 나서겠지만 몇 달 뒤에는 ‘외교’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니콜라스 해미세비치(사진) 국장은 12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핵 능력을 향상시켜 조부와 선친의 ‘유업’을 성공적으로 잇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정치적 ‘정당성’ 효과가 외부 제재로 인한 피해보다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북한의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하루 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며칠 앞두고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양국 정부 모두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해미세비치 국장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과거와 달라진 것은 맞지만 중국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더 허용하는 등 ‘선’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한국 일본 등과 공조를 통한 북한 접근을 원칙으로 해 왔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동북아 지역과 미국에 위협을 증대시킨다고 느끼면서 북한 정부와 직접 대화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설인 춘제 기간에 핵실험을 한 것은 중국에 매우 모욕적인 것”이라며 일시적이지만 중국이 더 강력한 유엔 제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험으로 미국 내 협상파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미국은 긴장이 훨씬 높아진 시기에 들어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북한 관계에서 역사적으로 이러한 위기는 외교를 통해 극복한 전례가 많았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신임 국무장관이 몇 달 뒤 현재와 다른 대북 접근을 추구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 연구소장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각종 제재 수위가 상당히 높은 것이어서 “더 강력한 제재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제한 뒤 “한·미 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프로세스’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과민반응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 해결 프로세스와 관련, “추가 제재를 하면서도 대화 채널을 만들어 미래를 논의하는 것이 맞다”면서 6자회담 틀 내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가 모여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틀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은 평화체제를 먼저 하고 안보 위협이 없어지면 핵 얘기를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비핵화가 진전되어야 평화체제가 가능해진다고 맞서고 있다”며 둘을 동시에 추진해야만 문제 해결의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