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한반도] (중) 무너진 비핵화
입력 2013-02-13 22:39
20년 지원 물거품… “견디기 힘든 채찍을” 강경론 고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북한의 핵개발 역사와 항상 병행해 왔다. 그러나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시작된 한반도 핵 위기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오히려 이번 3차 핵실험으로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도 일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 20년간 핵 포기에 따른 ‘당근’(대규모 경제지원)을 북한에 제시하며 시도한 북한 비핵화는 모두 실패했다. 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말의 성찬’은 많았지만 사문화됐다.
그간의 실패를 돌아보고 근본적으로 북 비핵화 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에 한·미 양국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온다.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안을 얘기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대화를 통한 비핵화 시도가 실패한 만큼 지금이라도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이정훈 교수는 “지난 20년간 온갖 대북 지원을 했지만 결국 비핵화는 수포로 돌아갔다”며 “경제적, 군사적으로 북한이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의 압박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제타격 등 새로운 대북 압박책은 남북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동북아 군비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의 독재체제를 공고히 해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6자회담 등 비핵화 대화의 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두 가지를 절묘하게 배합한 전략이 대안일 수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이중경로 정책(dual track policy)’이 있을 수 있다.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시점을 목표로 북핵 폐기를 추진하되, 이 시점까지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으면 한시적으로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올해가 정전 6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기라는 점과 북한의 적극성 등을 감안할 때 평화협정 체결을 향후 비핵화 전략의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한꺼번에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 모든 것을 이루는 ‘원샷’은 어렵지만 몇 개로 나눠 진행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향후 비핵화 전략이 대화와 압박 중 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기울더라도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비핵화 시도에 우리 정부가 소외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촉진자나 중재자 역할을 소홀히 하면서 북핵 문제가 악화된 측면이 있다”며 “차기 정부는 대북제재 모드라는 냉각기가 지나고 대화의 장이 열릴 경우 제3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논의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