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 파장] 美의회 “北테러 지원국 재지정” 강수… 핵 실험 하루 만에 법안 전격 발의
입력 2013-02-13 18:57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전격 발의됐다.
12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일레나 로스 레티넌(공화·플로리다) 하원 외교위원회 중동·남아시아 소위원장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미국과 북한 간 외교관계 수립을 제한하는 내용의 ‘북한 제재 및 외교적 승인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로스 레티넌 의원은 지난해까지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이 법안에는 스티브 쉐벗(오하이오·공화)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등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민주당의 상당수 중진급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로스 레티넌 의원은 공동발의문에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며 북한을 2008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것은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법안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국무장관에게 촉구하는 한편 북한이 불법적인 미사일과 핵기술 이전에 관여하지 않음을 국무부가 증명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일본 교도통신이 미 정부가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미 국무부 빅토리아 뉼런드 대변인은 이를 공식 부인한 바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자마자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이 법안이 발의된 것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 의회를 중심으로 한 미국 정계가 얼마나 큰 반감을 갖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식량 지원 등 대외 원조와 국제기구를 통한 금융 지원, 무기 수출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대외 무역도 대폭 제한된다.
이 법안은 하원 외교위는 물론 상·하원 본회의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이 후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무효화할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앞으로 대북정책을 펴나가는 데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 소식통은 “한번 더 북한을 믿어보자며 어려운 결단 끝에 추진한 ‘2·29 합의’가 불발되고 로켓 발사는 물론 3차 핵실험까지 이뤄지면서 미 조야에서 대북 대화론자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법안까지 발의되면 당분간 미 행정부에서 누구도 북한에 대한 유화책을 입 밖에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더 이상 선거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을 이용, 집권 2기에 들어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책’을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의 ‘무차별적인 도발’과 미 의회의 강경론에 막혀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대북 정책을 펼 여지는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렸다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8년 10월 명단에서 제외했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