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한 외국인 매수세 코스피 떠받쳐… 30P 껑충
입력 2013-02-13 22:13
미국 증시가 채 마감하기도 전인 13일 오전 5시. 서울 여의도 증권가로 채권 트레이더들(주식·채권 매매 시 고객 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사람)이 서둘러 출근했다. 해외 증시 동향과 각종 금리지표로 가득한 멀티모니터 한가운데에 북한 핵실험 관련 외신, 해외 기관투자가 보고서가 자리잡았다. “국제사회가 강경대응을 천명했어. 오늘 선물시장, 대량 매물 정신 차려야 해.” 2002년 연평해전 때 장 막판 ‘매물 폭탄’을 맞은 경험이 있는 한 채권운용팀장은 후배들을 다잡았다.
오전 7시30분 각 증권사의 영업부와 지점에선 아침회의가 시작됐다. 각 리서치센터가 보내온 투자전략 보고서는 대부분 ‘북핵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쓰여 있었다. “북한의 위협이 그동안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를 악화했지만, 시장이 이내 상승세를 탄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적극 설명하자.” 지점장이 회의를 정리했다.
같은 시각 리서치센터에서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전략회의가 이어졌다. 2006년 1차, 2009년 2차 핵실험 때와 달리 시장의 긴장 수위가 높을 것이고 불안한 분위기가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하락, 외국인 매수세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 투자심리 악화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외국인 매매 동향과 환율이 중요 체크포인트다.” 모두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되돌아갔다.
오전 9시 드디어 시장이 열렸다. 코스피지수 시황이 상승을 의미하는 빨간색으로 표시되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7.07포인트(0.36%) 오르며 개장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원화가치가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더들은 분주하게 시황을 읽기 시작했다. “외국인, 롱 포지션(매수세)!” “원화 강세에 베팅!”
금융시장이 ‘북핵 리스크’를 털어버리자 애널리스트들은 긴장을 약간 늦췄다. “단기적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국제신용평가사의 우리나라 신용등급 하향 등 본질적 문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펀드매니저와 영업부 직원들의 질문에 애널리스트들은 확신에 찬 태도로 답변했다.
증시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수세가 뚜렷해졌다. 외국인은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은 “개인 투자자는 차익 실현을 선택한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어제의 핵실험을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북한 이슈 발생 이후 코스피 수익률이 높아진다며 주식을 살 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북한 핵실험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여의도가 조용한 전쟁을 마친 오후 3시.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30.28포인트(1.56%)나 오른 1976.07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4.0원 내린 1086.8원으로 마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