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 가져야만 체제 유지된다는 건 오판이다

입력 2013-02-13 17:57

오히려 ‘김씨왕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 자초할 것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불안정한 세습체제를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처럼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뒤 핵 동결을 전제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국교를 수립하고, 나아가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으로부터 ‘통 큰’ 경제적 대가를 받아내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진 ‘김씨 왕조’ 체제가 안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거란 얘기다.

미사일과 핵을 향한 북한의 야욕이 김일성 생존 때부터 20년 동안 3대째 지속돼 온 이면에도 체제 유지를 위해선 핵무기 보유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것이 시발이었다. 이듬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한 직후 김일성이 숨지자 주춤하던 시기가 있었으나 국제사회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면서 물밑으로는 미사일과 핵 능력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06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1차 핵실험, 2009년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그리고 3차 핵실험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핵 보유가 체제 안정을 담보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보면 오판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 내에서 북한과 대화로 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는 전혀 없다. 한목소리로 ‘똑같은 말(馬)을 두 번 살 수는 없다’며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3차 핵실험을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도발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은 핵실험 뒤 미국의 대북정책이 유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더 강경해지고 있다.

지난달 북한을 옥죄는 내용의 결의(2087호)를 채택한 유엔 안보리는 조만간 제재 강도를 더 높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벌써 30개국이 넘는 나라들과 IAEA 등 국제기구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세계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북한으로 하여금 핵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게 지구촌 상당수 국가들의 공통된 인식인 것이다.

북한이 핵 동결 수준이 아니라 지금까지 개발한 모든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유엔은 물론 미국 EU 일본 등 개별국가 차원의 대북 제재는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북한은 내심 중국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겠지만, 중국의 새 지도부가 북한의 망나니짓에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은 유엔이 새로운 제재조치를 내놓으면 아직 사용하지 않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남쪽 갱도에서의 4차 핵실험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 그때도 체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그 길로 가면 몰락을 자초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