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당선인 인재 널리 구하려는 노력 필요하다
입력 2013-02-13 17:55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단행한 외교부 등 6개 부처 장관 인사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고심과 고뇌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방장관 후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통관료 그룹에 속하는 고시 출신이다. 게다가 하나같이 명문고와 명문대를 나왔다. 다른 장관 인선을 두고 봐야 하겠지만 지역 배려는 전혀 없는 것 같다.
당선인 본인이 누누이 강조했듯이 세계는 이미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창조성과 역동성이 무엇보다 중요시된다. 국가간 경쟁도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해 적과 동지의 구분이 없어진 지도 오래 됐다. 우려했던 북한의 3차 핵실험이 현실화돼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질 경우 한반도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 범상치 않은 상황의 연속인데도 입맛에 맞게 설정한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사가 되풀이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두다보니 인재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는 점은 있었겠지만 감동을 주는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직을 훌륭하게 수행한다는 것도 결국은 적절한 곳에 인재를 배치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당선인도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전문성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개혁과 참신은 찾을 길이 없는 무미건조한 인사를 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당선인 측은 이번에 내정된 일부 장관들이 그동안 언론이 예상하지 못한 인사들이라 ‘쓴 사람 또 쓴다’는 비난을 피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미 예상된 외교부와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외에 다른 인사들도 해당 분야에서는 전혀 새로운 인물이 아니다. 삼고초려는 아니더라도 인재를 널리 구하는 노력을 더 했으면 한다.
대통령제 아래에서 장관은 한 부서의 장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국무회의 구성원으로 중요한 국가 정책을 토의하고 결정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대승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주어진 과제를 처리하는 데 능수능란하다고 아무나 장관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장관의 역량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좌우된다.
물론 이번 장관 인사가 국가 체제를 유지·존속시키는 부서 중심이라 상대적으로 안정성에 무게를 뒀다는 측면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다만 인사가 중요한 통치 수단의 하나라고 할 때 국민적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일이 촉박한 만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인재를 구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측근 중심의 밀실에서 나와 널리 좋은 사람을 구했으면 한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들로 첫 내각을 꾸리는 것이 절반의 성공이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