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투표 3시간 기다린 102세 할머니 초청… 美 국정연설 이모저모
입력 2013-02-13 17:41
1시간 동안 계속된 연설에 박수갈채는 87번 쏟아졌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수준이라는 정쟁을 일삼던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도 이날은 자리를 섞어가며 앉아 대통령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12일 밤(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진행된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은 잇단 총기 사건으로 뒤숭숭한 미국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의미의 녹색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각계각층의 참석자 중 누구보다 눈길을 끈 건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의 손님 자격으로 참석한 102세 데실린 빅터 할머니다. 지난 대선에서 노구를 이끌고 투표소를 찾았다가 줄이 길게 늘어선 바람에 3시간 동안이나 기다려야 했던 인물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시크교 사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현장을 수습하고 범인을 제압해 유명세를 떨친 브라이언 머피 경찰관 등도 자리했다.
이날 연설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해 행정부 각료 대부분이 참석했으나 스티븐 추 에너지장관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연설 중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장관 1명을 불참시키는 관례를 따른 것이다.
연단 바로 뒷자리에 앉은 상·하원 의장의 모습은 연설 내내 카메라에 잡혔다. 부통령으로서 상원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바이든은 연설 사이사이에 웃음을 내비치고 기립한 채 열렬히 박수를 치기도 했으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앉아 절제된 반응을 보여 대비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반론 연사로 나서 공화당의 입장을 설파한 히스패닉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주목을 받았다. 루비오 의원은 “대통령이 제안하는 증세안이나 재정 삭감은 중산층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대통령은 증세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의원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내 잠재적 대권주자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