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옆구리 붙이는 맥점

입력 2013-02-13 17:41


제8기 원익배 십단전이 본격적인 16강전을 시작한 가운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창호 9단과 박영훈 9단의 첫 대결로 시작된 16강전은 두 신산(神算)의 평소 모습과는 달리 치열한 혈전 끝에 박영훈의 승리로 끝났다. 이어진 이세돌 9단과 목진석 9단의 대국에서는 목진석이 랭킹 1위인 이세돌을 제압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초반 양이(兩李)가 탈락한 가운데 설 연휴에 군인들이 가세했다. 지난해 입대한 육군 일병 김기용 6단이 이미 본선에 진출한 시합만 출전권을 주겠다는 부대의 허가를 받고 지난 9일 16강전에 나와 올 초 입대한 해군 훈련병 백홍석 9단을 만났다. 군 생활을 하며 돌을 잡아볼 기회가 없는 기사들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결전이었다. 결국 김기용은 마지막 시합의 끈을 놓지 않으며 지난해 세계대회 2관왕을 차지한 백홍석을 제압하고 8강에 합류했다.

앞서 펼쳐졌던 허영호 9단 대 강동윤 9단의 대국 역시 올 초 해군에 입대한 허영호가 설 연휴 전체 훈련병들의 휴가로 대국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오랜만에 하는 대국이라 감이 떨어져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대국할 수 있는 자체가 즐거웠던 한 판이다. 강동윤이 흑, 허영호가 백을 잡았다.

<장면도> 초반 우하귀. 서로 얽히고설킨 난전이다. 백1로 젖혀 흑의 돌을 추궁하는 장면. 흑도 A로 잇는 수는 B로 두어 쉽게 수가 난다(백 선수 빅). 흑은 조금 다른 방도를 강구하고 싶다.

<참고도> 흑1의 배붙임이 멋있는 맥점. 백2로 따라 내려오는 수는 3이 선수가 돼 흑5로 이으면 귀의 백이 쉽게 잡혀버린다.

<실전도> 백은 1로 귀의 한 점을 제압하는 것이 정수. 흑도 2로 두 점을 잡아 한숨 돌린 듯하지만 백에게는 3에 이어 5로 먹여치는 역습이 남아 있다. 하지만 흑은 6, 8이라는 최강의 수로 버틴다.

다시 알 수 없는 싸움으로 이어지며 초반 백이 조금 편한 흐름을 탔지만 결국 흑이 중반 이후 역전시키며 흑 불계승으로 끝이 났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