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 사임 라틴어 아는 여기자의 특종
입력 2013-02-13 22:24
교황 베네딕토 16세(85)의 사임 뉴스는 이탈리아 여기자가 유일하게 라틴어를 이해할 수 있어 특종을 터뜨렸다고 AF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든 기자들이 11일 교황청 번역을 기다리는 동안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ANSA의 지오바나 키리 기자는 교황이 라틴어로 사임을 발표할 때 그 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키리 기자는 교황청의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했으나 롬바르디 대변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편집장과의 격론 끝에 사임 발표를 먼저 타전하기로 결정, 특종을 할 수 있었다. 키리 기자는 보도 후에 “베네딕토 16세의 라틴어는 이해하기 쉬웠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이제 라틴어는 교황청에서도 능숙하게 쓰는 이들이 100명 이하로 점차 줄어들 만큼 사장돼 가는 형국이다. 유럽에서는 라틴어를 보존하기 위해 라틴어 방송, 라틴어로 편지쓰기 행사 등이 진행되는 국가가 있을 정도다.
한편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배경을 놓고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황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인 건강 문제가 아닌 권력 암투 때문이라고 영국 일간들은 보도했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지난해 베네딕토 16세의 편지가 유출된 ‘바티리크스(Vatileaks)’ 파문으로 교황이 사임을 결심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 교황의 집사 파올로 가브리엘레(47)는 교황청의 부패를 고발하려고 편지를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가까운 추기경 3명에게 편지 유출 사건에 대한 진상 보고서를 쓰라고 주문했는데 바로 이 보고서가 교황을 사임케 한 이유라는 분석이다.
베네딕토 16세는 13일 바티칸의 바오로 6세 성당에서 미사를 갖고 “이번 선택은 오로지 나의 자유 의지로 이뤄진 것으로 교회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각종 추측을 일축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