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부추긴 G7 재무장관 성명… 외환시장 안정 강조속 日 거론안해 혼란
입력 2013-02-13 17:41
요동치는 환율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의 성명이 오히려 혼란을 일으켰다. G7은 12일(현지시간) 의장국인 영국 런던에서 공동성명을 발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인위적인 조치가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엔화가치 하락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일본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등 내용이 예상보다 부드러웠던 점이 혼란을 불렀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정책이 디플레이션을 타개하려는 것이지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 아님을 G7이 인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성명을 해석했다. “재정과 통화 정책은 각국 내의 목표와 수단에 부합하는 것을 지향하고 환율(조작)을 목표로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재확인한다”는 구절을 아전인수로 인용한 것이다. 심지어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도 “G7이 일본의 엔저에 파란불을 켜줬다”고 분석했다. 성명이 나온 뒤 엔화가치는 더 떨어져 이날 달러당 94.4엔까지 기록했다. 33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G7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성명이 잘못 해석됐다”고 알렸다. 그는 “공동성명은 사실 과다한 엔화가치 하락을 지적한 것”이라며 “G20 회동에서 일본 환율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화가치는 다시 오르기 시작해 달러당 93.5엔까지 1엔 넘게 변동했다. 롤러코스터 장세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자 1면에서 “엔 환율 요요현상”이 벌어졌다면서 “G7이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역효과만 냈다”고 논평했다.
1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다시 환율 마찰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G7 내의 이견이 확인되면서 오히려 이들 선진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정황 증거가 돼 버린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 환율 마찰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