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산층 번영 총력… 독일식 교육 본받자”
입력 2013-02-13 22:2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의 청사진을 밝힌 12일의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은 한마디로 미국의 중산층을 살리는 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선언이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행한 2기 첫 국정연설에서 오바마는 “미국 경제 성장의 진정한 엔진은 중산층”이라며 “이들을 일으키고 번창시켜 경제를 재점화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51년 전 케네디 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인용하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헌법은 우리를 권력을 차지하려는 적수가 아니라 전진하기 위한 파트너로 만든다.”
초당적인 협조를 구하는 문구였지만, 연설 내용은 공화당이 반대해온 정책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최대 쟁점인 재정적자 문제는 “연방정부 예산의 자동 감축, 이른바 시퀘스터를 내버려 두는 것은 정말 나쁜 생각”이라며 국방 예산을 지키기 위해 교육 훈련 의료보장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현재보다 20%나 오르는 것이다. 지지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지만, 일부 청중은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바마는 미취학 어린이들이 비싼 조기교육 비용 때문에 출발선상에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며 “만4세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조기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의회에 “교육 개선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어린이 교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7달러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식 기술 교육을 본받아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고, 대학의 학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설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도 ‘일자리(job)’였다. 오바마는 “괜찮은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어낼 성장하는 경제, 그것이 우리를 이끄는 북극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을 새 일자리와 제조업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질문을 매일 자신에게 던진다”고 말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유럽연합(EU)과 포괄적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TTIP) 협정, 또 아시아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 협상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총기규제 법안의 표결을 요청한 마지막 대목이었다. 그는 3주 전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한 15세 소녀가 시카고 총기 사건으로 사망한 사례와 지난해 말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의 총기참사 등의 희생자 이름을 부르면서 “이들은 모두 표결을 할 권리가 있다”고 7번이나 거듭 외쳤다. 청중 속에 앉아 있던 일부 유족들은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표결을 할 권리가 있다”고 함께 외쳤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