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발랄 이시영 주연 ‘남자사용설명서’… 가볍지만 촌스럽지 않은 4차원 로맨틱코미디

입력 2013-02-13 17:21


14일 개봉하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는 권투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배우 이시영의 엉뚱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4차원 로맨틱코미디다. 이시영은 일과 남자들에 치여 살아가면서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CF 조감독 최보나를 연기한다. 찌질한 캐릭터로 각인된 배우 오정세가 한류스타 이승재로 나와 우여곡절 끝에 이시영과 사랑에 골인하는 설정이 웃음을 선사한다.

보나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닥터 스왈스키(박영규)를 만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에 50만원을 주고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테이프를 덜컥 산다. 테이프를 재생시키니 ‘가까이 앉아 몸을 밀착시켜라’ ‘의도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터치하라’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 남자를 다가오게 하라’ ‘남자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라’ 등 코웃음 칠만한 고전적인 방법이 소개돼 있다. 보나는 헛돈을 썼다며 후회하면서도 이를 실제로 활용해본다. 실수로 일을 망쳐 CF를 다시 촬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까칠한 한류스타 승재에게 남자사용설명서의 지침대로 접근한다.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남자사용설명서가 효과를 발휘한다. 점점 가까워진 승재와 보나는 함께 술을 마시다 정신을 잃고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보나는 승재의 도움으로 CF 감독 자리까지 오르지만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다.

남자사용설명서에 담긴 내용이 너무 유치해 싸구려 영화처럼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영화는 판타지 가득한 상상과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들로 뚜렷한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촌스럽지는 않다. 진정한 사랑이란 매뉴얼에 따라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결말도 꽤 설득력이 있다. 이시영이 복싱을 하듯 오정세를 주먹으로 툭툭 치는 장면과 박영규의 ‘순풍산부인과’ 스타일 연기가 폭소를 자아낸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