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상국 “CF하자 할때 인기 실감… 박명수 같은 ‘2인자’ 되고파”

입력 2013-02-13 17:20


‘대한민국 촌놈 선발대회’가 열린다면 아마도 이 남자가 1등을 차지할 것이다. 바로 경남 김해시 진영읍 출신 개그맨인 양상국(30). 누가 봐도 그는 천생 ‘촌놈’이다. 말투에선 진한 경상도 억양이 뚝뚝 묻어나고 얼굴은 순박해 보이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그가 지난해 1월부터 ‘개그콘서트(개콘)-네 가지’(KBS2)에서 내뱉는 공허한 외침, ‘마음만은 턱별시(특별시)’는 여전히 웃음을 자아낸다.

양상국은 특히 최근 들어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KBS2)을 통해 더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를 포함한 개그맨 6명은 ‘디지털 기기 없이 살기’ 미션에 이어 요즘엔 ‘쓰레기 없이 살기’에 도전 중이다. 그는 ‘개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인간미가 느껴지는 면모와 야무진 성격으로 출연자 중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방송에서 그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지렁이를 사다 키운다. 프라모델(조립식 장난감) 조립도 척척 해낸다. 서울에 올라온 부모님을 배웅한 뒤 혼자 귀가하는 길엔 아이처럼 눈물을 흘린다. “주변에서는 아들 잘됐다고 하는데, 엄마 아빠는 만날 고생만 하고… 맛있는 것도 제대로 못 사주고….”

설 연휴 다음 날인 1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양상국을 만났다. 진영에 내려갔다 이틀 전 귀경했다는 그는 고향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암 투병 중인 아버지 걱정부터 했다. “2주 전 수술을 받고 퇴원을 하시긴 했는데, 당분간 (병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괜찮아지시겠죠.” 그는 이어 요즘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꿈에 대해 하나씩 들려줬다.

-지난해 ‘네 가지’를 기점으로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최근 1∼2년 사이에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CF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 ‘(내 위치가) 좋아졌구나’하는 생각은 한다(웃음).”

-‘인간의 조건’을 통해 다양한 미션에 도전하고 있다. 실생활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상상도 못할 미션을 완수해야 하니 힘들다. 주변 시선이 겁날 때도 있다. 예컨대 현재 ‘쓰레기 없이 살기’ 녹화는 다 끝난 상황인데도, 만약 내가 쓰레기를 만들면 주변 사람들이 ‘방송에서는 쓰레기 줄이려고 하더니 실제는 다르구나’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매번 조심스럽다. 그리고 녹화 당시 24시간 카메라로 ‘감시’를 당하다보니 지금처럼 녹화가 끝난 상황에서도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집에 가도 방에 카메라가 있는지 무심결에 살펴보게 된다.”

-‘네 가지’는 1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촌놈’ 캐릭터를 살려줄 아이디어도 부족할 때가 됐는데.

“한창 아이디어가 달릴 때가 있었다. 그때엔 (개그의 소소한 부분을 뺀) 큰 아이템을 잡는 회의만 4∼5시간씩 했다. 당시 회의를 끝내고 나오면 회의실 밖에 있던 동료들이 ‘(아이디어 짜내느라) 고생했다’고 응원해줬을 정도다. 최근엔 아이디어가 다시 잘 나오는 편이긴 한데, 오래된 코너인 만큼 현재는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는 상태인 거 같다. 언제 장례식을 치르게 될지 모르겠다(웃음).”

-미니홈피에 보면 ‘장사꾼이 되고 싶다’고 써 있다. 여전히 장래 희망은 장사를 하는 건가.

“개그맨이 막연하게 꾼 꿈이었다면 장사는 내 인생의 목표였다. 지금도 나의 목표는 장사꾼이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사업이 아닌 장사를 하고 싶었다. 만약 개그맨이 안 됐다면 노점부터 시작해 가게를 차리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장사꾼이 됐을 것이다. 업종은 생각 안 해봤다(웃음).”

-2007년 KBS 개그맨 22기 공채에 합격하며 데뷔했다. 22기 면면을 보면 김준현(33) 허경환(32) 박지선(29) 박성광(32) 최효종(27) 등 ‘개콘’의 중추를 이루는 인물 상당수가 포진해 있다.

“데뷔했을 때 (유세윤 장동민 강유미 등이 있는) 19기 선배들이 잘 나갔다. 당시 19기 선배들을 보면 속으로 ‘우와’ 하는 감탄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동기들이 후배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동기들이 잘 돼서 정말 뿌듯하다. 받은 사랑을 보답하자는 차원에서라도 우리끼리 모여 자선공연이라도 열자는 얘기를 요즘 하고 있다.”

-장사가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개그맨으로서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텐데.

“나는 강호동(43) 유재석(41) 선배처럼 메인 MC로서 갖춰야 할 진행 능력이나 자질은 없다. 대신 박명수(43) 선배 같은 ‘2인자’가 되고 싶다. 진행자 옆에서 까불면서 웃음을 줄 자신은 있다(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